자연분만 할 건데요

[엄마로운 하루 - ① 283일 만에 나타난 너]

by 홈런

선물처럼 찾아온 임신 소식. 소중한 아이를 열 달가량 품으며 만날 날을 고대했다. 육아용품 마련부터 아이 방 꾸미기까지 예정일에 맞춰 아이를 만날 준비도 했다. 하지만 예정일은 정말 예정일일 뿐이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나올 기미가 없었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고민 끝에 유도분만 날짜를 잡게 됐다. 초산 유도분만은 거의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카더라'를 익히 들어와 걱정도 컸다. 그러나 주변에 성공한 사례들도 없지는 않아 긍정회로를 돌리며 마음을 다 잡았다.


유도분만 날짜를 잡고 나서도 혹시나 자연진통이 오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자연진통은커녕 가진통조차 오지 않았다. 계단 오르기, 짐볼, 걷기, 아이가 내려오는 요가 자세 등 진통을 앞당기는 여러 활동들을 해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산부인과에서도 아이가 전혀 내려오지 않았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흔히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고통의 선불, 후불로 구분하는데 나는 무엇보다 수술이 무서웠다. 어차피 아프다면 고통을 먼저 경험하고 끝내고 싶었다. 온갖 미신적 행위들을 했지만 결국 유도분만일까지 그 어떤 진통조차 오지 않았다.


유도분만이 예정된 날 밤, 조리원에서 생활할 짐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과 둘만의 조촐한 식사를 마치고 인증샷도 찍었다.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우리가 몇 시간 뒤면 어떻게 바뀔까. 병원에 도착하자 모른 척했던 두려움이 스멀스멀 나타났다.


병원복을 입고 병실로 들어가 금식 시간을 확인하고 수액을 맞았다. 그러고는 악명 높은 내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만 과정이 시작됐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히게도 나는 내진을 하며 자연진통이 걸려 버렸다. 조금씩 커지는 수축 강도를 지켜보며 '견딜 만 한데?'라는, 가져서는 안 될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다.


이 마음이 들킨 탓일까. 이윽고 몸에 주입된 유도제로 고통의 크기는 배가 됐다. 모두 잠든 새벽을 진통으로 보내며 더는 못 견딜 것 같은 한계에 다다랐다. 더군다나 뱃속 아이도 심박수가 갑자기 떨어지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진진통에 유도제로 인한 진통이 더해지자 고통은 최대치까지 뛰어올랐다.


'선생님... 저 제왕절개로 돌릴게요...'


다음날 병실을 찾은 주치의 선생님을 보자마자 내가 건넨 한마디다. 담당 주치의도 나와 아이 상태를 보더니 제왕절개로 돌리는 것이 낫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긴급 제왕절개에 들어갔고 정확히 40주 하고도 3일째 되던 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이와 만났다.


'바로 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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