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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월 Aug 21. 2023

더하는 삶보다 덜어내는 삶

몸이 가벼워야 더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다.

일상이 점점 더 단조로워진다.

세상엔 갓생이 열풍인데 그에 따라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해야만 할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늘어갔다. 생활비와 노후 대비를 위해 돈을 벌면서도 건강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해야 하고, 퇴근 후 몸과 머리는 너덜너덜해졌지만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읽고, 자격증 등의 스펙을 쌓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이야기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데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 음.. 난 글쎄. 아침 일찍 일어나고 곧바로 계획에 따라 운동, 독서, 일, 자기 계발, 커뮤니티, 퍼스널브랜딩 등등을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맞춰 기계적으로 정확히 움직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그걸 매일같이 이어나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들 중 단 하나만 제대로 하더라도 대단한 인내심을 지녔거나, 거기에 큰 열정을 지닌 덕분에 가능한 것인데 그런 일을 줄줄이, 그리고 한 번에 시작하여 이어나간다는 건 너무도 고통스럽다. 그런 일 따윈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하는 노력이, 일상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하루에 해야 하는 숙제, 스트레스가 늘어날 뿐이다.


더 좋은 삶은 좋은 일, 즐거운 일들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이뤄질 순 있지만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선행되어야 시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얻는 게 없고 헤어질 땐 피곤만 남는 만남, 찰나에 불과한 일시적인 욕구의 해소, 강박적으로 혹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해야 하지만 내 삶에 있어서는 무가치한 일 따위의 것들. 그런 것들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저마다 나름의 이유, 사족, 변명이 붙지만 없애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이런 일들은 곰팡이와 같아서 제거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늘어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결국 일상 모두가 곰팡이로 뒤덮여 더 이상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기대되지 않는 삶이 되어버린다. 다이어트를 할 때, 혹은 질병으로 인해 몸 관리를 할 때 약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게 해악을 끼치는 것들을 먹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내가 앓고 있는 통풍도 증상을 억누르기 위해 약을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럴 일이 없도록 술과 고기 등을 최소한으로, 적절히 먹는 것이 우선이다. 필요 없는, 무의미한, 무가치한 일들부터 삶에서 조금씩 덜어내자. 쓰잘데기없는 것들을 비워내야 그 비워진 자리에 다른 빛나는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


덜어내야 하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일단 사람부터 가려서 만나야겠다. 물론 인맥이야 넓을수록 좋다지만 그 인맥들이 내가 계속 쫓아다니며 수발을 들어줘야만 유지될 인맥이라면 있어 봤자 별 필요 없을 것이다. 정작 내가 그 인맥을 필요하게 될 때엔 손쉽게 등돌릴 수 있는 관계가 될 뿐일 테니까. 굳이 억지로 술자리를 끌려다니고, 원하지 않는 모임을 가지며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쌓을 필요 따윈 없다. 그냥 안면정도 텄으면 내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어도 관계는 얼마든지 잘 유지될 것이다.

또 다른 일은 욕구에 이끌려 다니는 일이다. 식욕에 이끌려 허구한 날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잔고를 녹여버리는 일은 잠깐의 식욕은 충족되지만 남는 건 비어 가는 계좌와 몸에 붙은 지방덩어리, 각종 질병들 뿐이다. 성욕에 휘둘려 클럽에 다니거나 방구석에서 자위만 주구장창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성욕의 배출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도를 넘은 건 식욕과 마찬가지로 말라가는 잔고와 탈탈 털린 체력, 그리고 성병을 얻을 수도 있다. 게임 같은 의미 없는 취미생활도 다른 해야 하는 일들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적당히 해야 하고. "게임으로도 돈을 벌 수 있잖아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페이커 같은 극소수의 사람들이나 방송 BJ들처럼 매력도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방송이나 대회 이외의 방법으로 직접 게임으로 월 200 가까이 벌어본 필자의 경험으론 돈을 버는 것은 좋지만 성장 가능성은 없고 매일 모니터 앞에서 갈려나가는 허리와 손목을 느끼는 것도 고역이다. 조금만 하다 보면 게임을 진정으로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할만한 일이 없어서 만만한 게임이나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되니 그 지경까지 가면 금세 현실자각을 하게 되고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행동을 하고 나서 스트레스를 받기만 하고, 얻는 게 하나 없는 일들부터 조금씩 지워나가면 된다. 쇼츠나 릴스를 허구한 날 들여다보고 있는 일들도 어느 정도 통제가 되면 잠시 무료함을 느끼다 그 비어버린 시간이 자신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시간이 될 것이다. 자신을 위한 새로운 일들을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또 겨우 비워낸 일상에 새롭게 채워 넣을 것들이 하나 둘 발견된다.

어떤 자기 계발이던 꾸역꾸역 더 해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비워내고, 덜어내는 게 선행되어야만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다. 자극들을 줄이고, 도파민에 절여진 뇌부터 좀 짜내고 햇볕과 기분 좋은 바람에 잘 말린 다음에 옥시토신으로 조금씩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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