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탄한 사랑
비현실적인 듯이 보이는 사랑노래들이 많습니다.
한 때 연인이었던 남자와 이별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남자가 그 여인에게 싫증이 났다든지 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이유가 진실인데 그 남자는 그런 진실을 전혀 눈치채지 않게 매우 고상한 이유를 들어 부득이하게 해어질 수밖에 없음을 설득하게 되었을 수 있죠. 또 전쟁 중에 군에 입대하여 전장에 나가게 되는 부득이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그렇게 온 영혼을 바쳐 사랑할 만한 그런 가치가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 여인의 눈에 콩깍지가 낀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잠시의 사랑을 통해 인생의 본연의 행복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보람을 일깨우게 되었고 삶의 방향을 확고하게 잡게 되었고 평범한 것도 아름답게 보였고 하는 등등의 변화를 나열하면서 해어지더라도 영원히 잊을 수 없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는 것이 노래의 가시이죠.
남녀 간의 에로스 사랑이 인간의 의식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여인의 그러한 변화도 단지 환영이 아닌 전정으로 가치 있는 영속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일시적인 인상은 아닌 것입니까?
‘레드’라는 소설에서도 젊었을 때 해어진 그러한 사랑을 못 잊어 독신으로 보낸 한 여인이 있는데 수 십 년 후에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장사꾼이 된 그 남자를 만나게 되지만 알아보지 못하죠. 그 여자를 알아보고 히죽거리는 그 남자를요.
사랑에 대한 일종의 허영심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까?
노래가사이고 소설이다 보니 그나마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도 그려내는 것이겠죠.
그래도 시사하는 교훈은 있습니다. 그러한 착오적이거나 배타적인 사랑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사랑이라는 것을 실제로 지니게 된다면 위의 노래 가사처럼 의식이 그렇게 될 뿐 아니라 현실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죠.
사랑에는 인격적인 역량이나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성호르몬의 지배의 영향 같은 것으로 인한 일종의 환각제를 먹은 것 같은 그런 현상이라면 허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