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열거
신체의 어떤 증세들, 통증이나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등등의 원인을 물어보면 매우 여러 가지라고 줄줄이 열거하면서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은근히 과시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다른 방면에도 그러하죠.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특정 증세가 있는 특정 환자를 눈앞에 놓고 진찰하면서 그런 식으로 말을 늘어놓으면서 정밀조사를 받아 보아야 한다거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 것은 무능하다거나 탐욕스럽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의는 여러 말없이 관영찰색만으로 바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합니다. 차도도 바로 있죠. 의학계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유무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잡다하게 말을 많이 하지만 막상 해결은 못 하죠.
학계에서 쏟아진 얼마나 많은 책들과 말들이 있습니까? 사실 역겨울 정도로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들이 많은 말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유식한 듯 말은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내지만 인간들은 무능 그 자체입니다. 사소한 것도 시원하게 해결 못하죠.
의사도 많고 의학 정보도 많지만 세상의 질병의 수나 환자의 절대 수나 비중이 줄어듭니까? 의약계의 전문용어가 그렇게 많아도 제대로 치료되는 우울증 환자나 정신병자가 있습니까?
성서에도 많은 열거법이 사용됩니다. 단지 근친상간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이모도 안 되고 고모도 안 되고 숙모도 안 되고 외숙모도 안 된다고 하는 식이죠.
육체의 일은 명백히 드러납니다. 그것은 성적 부도덕, 더러움, 방종, 우상 숭배, 영매술, 적개심, 분쟁, 질투, 격분, 불화, 분열, 분파, 시기, 술 취함, 흥청대는 잔치, 그리고 그와 비슷한 것들입니다.(갈라디아 5:19~21)
온갖 종류의 악의적인 반감, 분노, 격분, 소리치는 것, 모욕적인 말 그리고 모든 해로운 것을 여러분에게서 없애 버리십시오.(에베소 4:31)
이와 같은 패턴의 표현방법은 성서에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것”, “그리고 모든 해로운 것”이라는 표현을 마지막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혹시나 그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부덕이나 악행이 그 구체적으로 열거된 것 가운데 없으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잘못 생각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것이죠.
10계명도 비슷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지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
열 번째 계명이죠. 구체적인 행위가 없어도 탐내는 것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여서 9번째까지의 구체적 지적사항에 없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음을 밝힘과 아울러 탐내서는 안 되는 대상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마지막으로 “무릇 네 이웃의 소유”라고 정리하고 있죠. 혹시 그중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서 해당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죠.
무의미한 장황함이 전혀 아닌 것입니다. 인간의 낮은 의식 상태를 염두에 둔 배려인 것입니다.
원칙만 혹은 핵심만을 말해서는 못 알아듣거든요.
사실 성서는 많은 말들로 되어 있죠. 간명한 사상을 전하는 것이지만 진실된 사람들이 적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게 하기 위함이죠.
모호한 철학적인 말이란 없습니다. 그런 말들로는 사람들이 지혜롭게도, 의롭게도, 유능하게도, 행복하게도, 자유롭게도, 선하게도, 사랑인 사람이 되게도 하지 못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것으로, 가르치고 책망하고 바로잡고 의로 징계하는 데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전히 유능하게 되고 모든 선한 일을 할 준비를 완전히 갖추게 해 줍니다.(디모데 후 3;16,17)
이 말 자체가 영감 받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