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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칙전달자 May 25. 2023

태풍과 나비

태풍과 나비 


오래전 얘긴데 태풍이 불자 그릇 가게 사장이 종업원들한테 이제 대박이 날 것이니 공장을 풀가동 하라고 하였습니다. 한 종업원이 그 이유를 묻자 태풍이 불면 흙먼지가 많이 날릴 것이고 그러면 그것이 눈에 들어가 장님이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직업을 잃고 박수무당이 되려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러려면 꾕가리나 북 치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된다. 그러면 시끄럽다고 이사 가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삿짐 나르면서 그릇이 많이 깨질 테니 그릇이 엄청 팔릴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매 단계에서 실제 그렇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태풍이 불면 장님이 되는 사람의 비율, 박수무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비율, 이사 가는 사람의 비율, 그릇이 많이 깨질 확률. 태풍이 직접 그릇을 껠 확률이 훨씬 높을 것 같습니다. 꼭 진화론을 구성하고 있는 논리 같습니다. 


다단계업체에서는 그 성원들에게 이런 식의 논리로 영을 고취시키는 경우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박 난다고 손뼉 치고 으쌰으쌰 하면서요. 


북경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는 허리케인이 분다는 말이 있죠. 양자세계의 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인상적인 비유를 든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북경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의 그릇공장 사장이 갑부가 되는 것일까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한가요? 허탄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인간의 상상력인데 

사실은 처음과 끝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여도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갖춘 것도 있고 꼭 그럴 것 같아도 터무니없는 궤변의 엉성한 범벅인 것도 있죠. 


사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많죠. 미혹의 말을 근거로 환상에 빠져 시름을 잊는 사람들도 있지요. 스스로도 그렇게 세뇌시키죠. 로또를 매번 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죠. 


인간 정신에 일어나는 일들은 알 수 없는데 제 친구가 지나가면서 자주 마추 치는 노숙자 한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날은 5,000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는 매우 감사했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소주를 퍼마셨을 것 같습니다. 며칠 후에 죽었다고 하는데 그는 노숙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하였고 외견상 멀쩡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고도 합니다. 어떤 미혹의 말에 걸려들어 그의 인생이 그렇게 된 것일까요? 


죽었으니 차라리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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