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란
물건이 아래로 떨어지는 보이는 현상은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원인입니다. 자동차를 비롯해 인간이 만든 기계들은 그것에 대한 정신가운데의 설계가 먼저입니다. 들을 수 있는 욕이나 볼 수 있는, ‘얼굴의 붉어짐’은 마음의 보이지 않는 분노나 증오가 먼저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감각되는 현상이나 존재는 그 보이지 않는 원인이 먼저이며 근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보이는 이 글도 보이지 않는 정신가운데의 생각이 먼저이며 근원입니다. 그러므로 이 보이지 않는 원인을 ‘영’이라고 하면 영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 혹은 감각적인 것보다 먼저이며 근원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영‘spirit, 프시케’이라는 말의 가장 큰 의미는 모든 보이는 현상을 낳는 보이지 않은 원인을 총칭합니다. 그러나 영(靈) 문화의 미발달로 그 개념의 중요성에 비해 워낙 분화되지 않은 채로 사용되어 실용적인 유익을 얻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문화의 미발달로 인한 언어의 미분화에 대해 참고적으로 말씀드리면 한국은 쌀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쌀과 관련하여 ‘모, 벼, 쌀, 밥’과 같이 어휘가 분화되어 있습니다. 영어를 이를 정확히 옮기려면 물론 한 단어로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 고기문화가 발달되어 소나 돼지인 경우에는 부위에 따라 각각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에스키모인들은 눈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쌓여있는 눈 그리고 어름집(이글루) 만드는 용도의 눈을 나타내는 단어가 다 따로 있다고 합니다. 사실 내리는 눈과 쌓여 있는 눈은 모양새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단어가 사용될 법한데. 한국에서는 이를 구별하려면 ‘내리는 눈’, ‘쌓여있는 눈’과 같이 둘 이상의 단어를 사용된 어구로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정신문화가 발달하여 사랑도 그 대상이나 성격에 따라 에로스, 스트로게, 필리아, 아가페로 구분하여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문화의 발달은 어휘의 분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는 첨단기계문명의 시대이죠. 그러므로 폰 하나에 대해서만도 어휘가 계속 개발되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반면 정신문화는 BC6세기에서 BC4세기가 피크이고 그 후로는 전반적으로 내리막을 걷는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인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에 그리스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었고 중국은 제자백가의 전성기이며 또한 석가모니가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도 동서양철학의 골격은 그때 사람들의 사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후로는 본질상 새롭다고 할 만한 사상의 탄생이 세월에 비해서 그 시기에 비해 빈약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원래의 취지로 돌아가서 ‘영’에 대해 살펴보면 ‘영적’은 ‘물질적’ 혹은 ‘육적’과 대비되는 의미로 쓰입니다. (예 : 영육 간에 평안하십시오. 물질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이 가치가 있다.)
여러 문헌에서의 영의 용법에 대해 정리를 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호흡(생명유지의 원인)이나 공기 바람(물체의 흔들림의 원인) *어원상(루아흐) ‘영’의 유래와 관련
2) 정신, 마음, 영혼 등 인간의 내적 기능과 유의어
3) 개인의 기질이나 성향, 개성
4) 사회의 분위기, 추세, 풍조
5) 동물의 생명력, 생체에너지, 기운,
6) 신, 천사, 신령, 귀신 등 영적 인격체
7) 하느님의 활동력으로 그분의 뜻을 전달하는 에너지 혹은 뜻을 이루기 위해 발휘되는 에너지, 성령
8)‘영적’이라고 할 때는 ‘종교적’이라는 의미로도 사용
9) 사회현상의 원인, 세상을 공통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활력,
10) 인간의 욕망이나 동기 혹은 무의식의 원인이 되는 것
이러한 연구를 ‘영(靈)학’으로 명명하여 체계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 목적은 개개인의 내면을 더 깊이 알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형성된 욕망이나 기질, 성향 등에 매여서 사는 삶에서 그러한 것들을 더 옳고 아름다운 것으로 조정하여 인격의 질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