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상학

이해의 선물

by 법칙전달자

이해의 선물


영어를 배울 때 그걸 해석하려고 암중 모색하지 말고 처음에는 바로 모범해석을 반복적으로 보고 익히라는 조언이 있어 실제 그렇게 하였습니다. 고3영어 교과서였고 제목은 '이해의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장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교환의 개념이 희미하게나마 의식에 형성되기 시작하죠. 필자는 먼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혼자 거리를 누비다가 근사한 과자점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는 들어갔죠. 가게 주인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수십 년 전 일이라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팔자인 아이는 손가락으로 과자를 이것저것 가리켰죠. 주인은 그것들을 정성스럽게 봉지에 담았습니다. 아이가 고르기를 다하자 주인은 그 봉지를 건네주면서 '계산해야지' 하였죠. 아이는 주먹손을 주인의 내민 손바닥 위에 뻗어 폈습니다. 그리고 뻐찌씨 몇 개를 떨어트렸죠. 주인은 흠칫하였지만 잠시 멈추어 미소를 짓고는 거스름돈 받아가야지 하면서 그 손에 동전 몇 개를 집어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라 결혼도 하였고 큼직한 열대어 수족관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50대 정도의 나이가 아니었을까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어느 날인가 알림 벨 소리가 들려 보니 6세와 4세 경으로 보이는 오누이가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열대어 사려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손가락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물들을 그들이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는 비닐에 포장하고 건네주면서 '지불해야지'하고 요구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꼭 쥔 주먹을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필자는 뭉클하면서 격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어려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설레면서도 강열한 어떤 예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죠. 아이의 주먹이 펴졌을 때 떨어진 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10원짜리 동전 몇 개였던 것입니다. 주인은 잠시 몸이 마비가 된 듯이 꼼짝 못 하고 서 있다가 아이가 '부족한가요?' 하고 묻자 '아니, 거슬러 줄 돈이 있어' 하면서 상당 금액을 내주었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요. 아내는 상황을 대충 이해하고 목이 매여 말을 잘 못하고 있는 그에게 키스해 주었다고 하고요.


내용은 생생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오전에 산행하다가 유치원 아이들을 보았는데 그중 하나가 인사를 하였고 그러나다 갑자기 손을 벌려 '돈!' 하는 것입니다. 물론 교사에게 제지되긴 했는데요. 약간 씁쓰레하긴 했지만 영어 교과서에 실린 이 내용이 생각나면서 어렸을 때 천사의 모델이 되었던 아이가 커서는 악마의 모델이 되었다는 소설과 함께 까뮈나 하인리히 뮐러 같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 몇몇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어른들 세계에 대한 마음을 무겁고 어둡게 하는 묘사보다 그래도 아이시절의 순수한 심성에서 인간 사회의 제도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 영감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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