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에서 산 안정환

by blandina


그렇게 그분은 가끔 여행은 잘 다니고 계시냐고 연락을 했고


시간 되시면 한번 뵙고 싶다고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강력하게 거부하며 바쁘다는 핑계를 대곤 했다.


그러다 미국에서 아는 동생이 한국에 놀러는 왔는데 만나자며 연락이 왔고


그날 그 동생과 나는 우리 동네에서 술 한잔을 하고


어디서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계획을 짜고 있는데


그분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두둥…. 무슨 일이지?


동생이 그분의 전화를 받아서 우리 지금 여기 어딘데 오라고 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미친 동생을 봤나?!


나 아직 그분을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고 등등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분은 40분 만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진짜 온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분은 와서 동생에게 한다는 말이 사실 처음 나랑 연락할 때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몇 번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을 했다고


그런데 자기는 그래도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고


아마 오늘이 아니고 다른 날 오라고 했어도 한걸음이 달려왔을 거라고…


사실 그 사람은 경기도에 사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아마도 한 시간 반 이상은 걸릴 거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전화를 받자마자 미친 듯이 운전을 해서 온 것이다.


단지 정말 나를 한번 보고 싶다는 이유였다는 것이다.


와…


처음 그 사람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굴은 테무에서 산 안정환에 몸은 마동석이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 선수를 했고


한국에서 국대 빼고는 다 해본 그냥 축구를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아마 지금도 네이버나 구글에 이름을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유명인 사는 아니지만


나름 인지도 있는 선수였던 것 같다.


여행을 다닌 이유는 축구를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축구협회의 비리 등등


은퇴하기 직전에 다니던 실업팀 주장이었는데


자기 팀 일본 선수가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해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주장으로써


그 일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일이 너무 커져버려서 일을 수습하고


은퇴를 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달래고자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자기가 2-3달 뒤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자기도 원래 미국에서 계속 생활을 하다가 학생비자가 끝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사실은 미국팀에서 축구를 계속하고 싶어서


테스트를 받으러 몇 년씩 미국에 다녀왔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미국 가서 테스트를 받아 보려고 한다며


미국 가서 만나자며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사실 그날 동생과 얘기 중에 그분이 동생이랑 비슷한 나이라고 해서


나는 나보다 그냥 세네 살 어린가 보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연하란 죽을 때까지 남자로 보이지 않기에 더 이상 그분에게는


관심이 1도 없었다.


그런데 그분은 그다음 날부터 진심으로 나에게 꾸준히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나는 그분을 계속 피했다.


연하는 나에게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기 이제 미국에 들어간다며 연락이 왔고


캘리포니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반 정도 차로는 15시간 가야 하는


그래도 먼 거리였기에 아마도 만난 일은 없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냥 인사치레로 조심히 잘 들어가시라고 했다.


그분은 미국 오게 되면 꼭 연락하시라고 미국에서 만나자고


나는 성의 없게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내 기억엔 그러고 나서 그분을 카톡에서 지웠던 모양이다.


그분은 나의 페북을 찾아 페북 메시지로 언제 미국에 오냐며


가끔씩 꾸준히 연락을 했지만 나는 미국에 들어와서도 그분께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먹고살기도 바쁘고 이혼소송에 영주권 문제에 주말에 애들도 만나야 하고


사실 그때는 여기저기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도 좀 있었지만


딱히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어쩌다 페북메시지로 연락이 오길래


그날은 그냥 서로 안부를 묻다가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겠다며


카톡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어찌 보면 우리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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