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도둑
집주인은 누굴까
(주인과 도둑)
진짜 집주인은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광고하거나 집문서를 들이밀 필요가 없다. 자기 집이라는 확신이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 떠들어 댄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다른 사람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난 너보다 훨씬 먼저 여기서 살았었어. 요즘은 외국이랑 여기랑 왔다 갔다 하는 중이지만."
이런 말 따위가 집주인임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은 언제든 집이 여기도 될 수 있고, 저기도 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집이란, 여기가 아니면 안 되는 그에게 있어 소중하고 애틋한 집이다.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기에 중요한 순간에 떠날 수도 없었던, 그런 집이다. 자기 이해득실에 따라서 이리로 저리로 옮겨 다니는 사람은 이 집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그 자리에서 살아내는 자가 진정한 그 집의 주인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도 뭐라고 항변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힘으로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부유한 중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마구 사들인다고 해도 뭐라고 항변할 여지도 없다. 그들은 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돈으로 그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 그 집의 주인을 가려내고 안전하게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 그저 그 집의 온전한 주인에게 그 집을 맡기는 수밖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 다른 누군가에게 굳이 인정받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그 집의 진정한 주인이다. 그 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 가꾸어 온 사람. 그 집이 아니면 정말 안 되는 사람. 그래서 그 집을 결코 떠날 수도 없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