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귀신 사랑이
모처럼 사랑이 친구 정민이가 집에 놀러 왔다.
애들 먹으라고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 해체 작업을 했다.
먹기 편하게 깍두기만 하게 썰어 김치통에 한 통 담고는 아이들 먹게 접시에 담았다.
정민이도 왔고 사랑이는 수박을 특히 좋아하니까 수북하게 담았다. 냉면그릇 한 그릇이 넘을 것 같다.
썬 수박을 갖다 주는데 정민이는 이미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없다. 그래도 먹을 만큼 먹으라고 수북한 수박 접시를 그냥 두고 나왔다.
조금 있으니 사랑이가 빈 그릇을 들고 나오는데 이 녀석 그 많은 수박을 혼자 다 먹었다. 역시 사랑이는 수박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는데 불현듯 어젯밤 일이 떠올라 미안한 맘이 든다.
농부 친구가 어제 아침에 수박을 주면서 너희 딸 사랑이 이거 좋아하니까 갖다 먹여라고 내게 수박을 주었고 그건 그대로 집 냉장고로 들어갔다. 물론 사랑이는 그 수박을 보았으리라.
저녁 운동을 마치고 10시가 다 돼 집에 와 얼른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사랑이가 내게 수박을 달라고 했다. “아빵 사당이 슈박” 이런 일이 없는데 혀 짧은 소리까지 하며 내게 수박을 요리해 달라고 했다. 피곤하기도 했으나 수박 한 통을 깍둑썰기도 귀찮아 오늘은 아빠가 피곤하니 다음에 먹자고 했다. 내일 먹자도 아니고 다음에 먹자고 했다.
입 짧은 사랑이가 유일하게 잘 먹는 게 생선회와 수박이다. 수박이 분명히 냉장고에 있는데 아빠라는 인간이 귀찮다고 그걸 안 주고 아이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오늘 거의 3인분이나 되는 걸 게 눈 감추듯 해치우는데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싶다.
a ma fille Juliette......
-영화 그랑블루 마지막 자막-
뤽 베송은 그의 딸에게 무려 그랑블루 영화를 바쳤으나,
나는 사랑하는 사랑이에게 수박이라도 잘 바칠 수 있도록 해보겠다.
물론 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