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사가 나왔다. 비 오고 날 더워지면 김이 맛없어질 때라며 2달 동안은 나오지 않는다며 그동안 안 보이던 김장사 부부가 나왔다. 김 두 봉을 사들고 노래를 들으며 금촌장을 걷는데 엄마라는 가사에 눈물이 핑 돈다.
야채 행상을 하셨던 자리에 엄마가 파시던 야채들 비슷하게 팔고 계신 할머니를 보고 하필 그때 노래에서 들린 엄마라는 소리에 눈물이 핑 돈다.
찔끔 나온 눈물을 찍어 보이지 않게 하고 몰래 걷는데 후배 녀석이 머리통부터 들이밀며 앞을 막는다. 사과랑 복숭아랑 사던 중이다가 나는 그에게 김을 주려하고 그는 사과를 한 봉 주려다 서로 집에 김이 많고 과일이 많다고 사양하였다.
살 거 다 산 그는 싱글싱글 웃어 주다가 장을 나간다. 운동과 식단 조절만으로 2달 만에 15킬로 넘게 살을 빼더니 요즘은 옷도 예쁜 걸 잘 차려입고 다닌다. 나도 살만 빼면.... 하다가 저 놈처럼 매일 15킬로를 달릴 생각에 포기하고는 나는 천천히 음식을 줄여서 아주 천천히 빼겠노라 다짐한다.
그는 나를 많이 따른다. 과분하게 나를 챙기고 좋아해 주는 그를 볼 때마다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이제 많이 덥지는 않아 횡단보도 앞 벤치에서 멍 때리다 가로수도 지나는 사람들도 맑은 하늘도 그냥 있는 보도블록까지도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다 인생이 너무 짧고 덧없다는 생각까지 넘어갔다가 무려 인생무상을 되새긴다.
아직 가을은 아니라서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겠는 전어를 좀 사다 같이 먹을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