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새 중에 가장 무서운 새는?

- 어느새

by 노랑무늬영원

며칠 전 그 밤이 그런 밤이었다.

여느 날처럼 베게 위에 볼륨은 12로 고정하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이 노래를 듣고 어느 순간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갑자기 세상에 혼자 남겨진,

자꾸 아래로 천천히 서서히 가라앉는 듯한,

어쩌면 내일을 볼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운,

그러다 내 삶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 갑자기 봉인된 것 같은,

그렇게 생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시간과 이 공간을 종횡무진(縱橫無盡) 헝크러 놓았다.


허무함이 정수리에서 눈가로 다가온다.

우울한 감정이 머리부터 다리까지 밀려 내려간다.

슬픔이 갑자기 다짜고짜 나에게 말을 건낸다.

무언가 아련함이 천장 위로 드리워져 날 바라본다.

예전의 무심함이 죄책감으로 내 주위를 맴돈다.

대범한 척 그러나 결국 소심함에 굴복하는 내 모습을 쳐다본다.

아직 오지 않은 두려움과 고통이 지금 온 방을 까맣게 뒤덮는다.

이미 아는데 영원히 오지 않을 사람을 영원히 기다릴까봐 두렵다.


갑자기 울컥울컥 마음을 다잡을 수 없다.

그러다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나도 모르는 어느새 눈물이 찔끔 났다. 아니 베겟잎이 축축하다

순간 부끄러우면서도 간만에 솔직한 감정표현에 오히려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그날 밤을 보냈다 자는 둥 마는 둥.

어느새 50대. 순간 나잇값도 못한다고 타박을 해 보지만,

그날만큼은 생각도 잃어버리고 말도 잃어버린 나 스스로 사라져버린 그런 이상한 밤이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너무 외로운 날에는 이 노래를 듣지 않기로.

그리고 그날처럼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은 더욱더 피하기로.

그 노래의 제목은? 라이너스의 담요가 부른 ‘어느새’


가수: 라이너스의 담요

앨범: Magic Moment 2014년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

사랑 따위가 내 알 바 아니지

이름 한 자도 모르는 사람을

왜 그렇게도 그리워했는지

천박해지지 않을 수 있으면

돌아오는 여름에는

어느새 우리는 참 멀리에 있네

어리석게 사랑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매일 몇 번씩 무너져 내리는

세상 따위가 내 알 바 아니지

더 천박해지지 않을 수 있으면

돌아오는 여름에는

어느새 우리는 참 멀리에 있네

어리석게 사랑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안고 있네

어리석게도 다신 만나지지 않을

이들처럼

어느새

어리석게


라이너스의 담요 어느새.JPG


keyword
이전 19화35화 가족(家族)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