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오늘도 나는 공무원이자 감정 노동자로 근무를 하고 있다. 흔히 ‘갑질’ 또는 ‘진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나도 이제 구독자 입장이 아닌 당사자가 되었다고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작년 zoom 교육 때 민원인에 대한 강의에서 강사님은 신입 공무원에게 민원인을 대할 때 몇 가지 자세를 안내해 주셨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내 감정을 표현하지 마라.
둘째,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라.
셋째, 너무 모른 티를 내지 마라.
넷째, 내가 많이 알면 친절해진다.
다섯째, 내가 업무에 익숙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여섯째, 민원인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해 주셨을까 나름 생각해 보았다.
내 감정을 표현하지 마라
이 말은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말이 생각한다. 여러 부류의 민원인이 오는 만큼 그들의 답변이나 태도 등에 대해 동요되지 말라는 의미 같다. 민원인 반응에 내가 마음이 흔들리면 곧 내 몸이 흔들리고, 나의 몸이 흔들리면 내 업무처리가 흔들릴 테니까.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라
어떤 분들은 가정사를 말씀하면서 가끔 우시는 경우도 있다. 여기가 친목도모 단체라면 그 말에 공감하며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있고 맞장구를 치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응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는 공공장소다. 감정에 휘둘려 본연의 업무에 방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너무 모른 티를 내지마라
이 말은 신규라면 모른 것이 태반일텐데 그럼에도 “제가 이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서요.” 같이 민원인을 불안해 만들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아는 체하라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아는 부분은 정확히 안내를 하고 모르는 부분은 유연하게 잠시 알아볼 시간을 민원인에게 요청하라는 것이다.
내가 많이 알면 친철해진다.
시험장에서 시험지를 처음 볼 때 내가 아는 내용이거나 한 번이라도 접한 내용은 익숙한 느낌이 들어 문제풀이에 자신감이 생기고 그게 정답일 확률도 높다. 이처럼 내 업무에 대해 많이 알수록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에 여유가 생기고 그 모습에서 친절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리라.
업무에 익숙하면 업무효율성이 높아진다.
이건 민원인과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사실 민원인 만족도와 밀접한 상관이 있을 듯싶다. 업무에 능통하면 상담시간이 그만큼 단축이 되고 또한 민원인이 알기 원하는 내용을 금세 알아채서 빨리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덤으로 다음 대기 민원인이 오래 기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원인은 우리 꼭대기에 있다.
요즘 오시는 민원인은 고학력자가 많으시다. 우리 관할만 하더라도 인구도 많고 학교도 많고 센터에 방문하기 전에 질의할 내용을 미리 알아보고 오는 경우도 많다. 그 말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업무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충 얼렁뚱땅은 통하지 않고 간혹 이번에 무사히 지나간다 하더라도 임자 만나는 날에는 된통 당하기 마련이다.
각각 얼굴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사연도 다른 민원인분들.
아직은 많은 분 들을 만나고 상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그 숫자는 늘어날 게 분명하고 내 나름의 데이터도 쌓여갈 것이다. 그리고 그에 기반하여 나만의 민원인 응대 노하우도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민원인 수만큼 응대방법도 그만큼 케바케로 흘러들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겠지만 이 책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분들을 위함이니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대해야겠다. (이 결심이 꺾이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