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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Jan 03. 2024

조카 집에 방문한 쥐

- 나도 쥐가 무섭다

얼마전 조카 녀석이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줬다.

'삼촌 집에 쥐가 또 들어왔다'며 카메라에 찍힌 그 모습을,

그리고 그저께 쥐덫에 잡혔다며

빨리 처리해 달라고 나에게 또 카톡이 날아왔다.


사실 작년에도 한 마리가 들어와서 조카를 혼비핵산하게 만들었는데

그때도 미끼로 유혹해 덫에 가두고 내가 해결했던 터였다.


오늘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조카 집에 도착하니

덫에 갖힌 녀석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굶주림에 지쳐서인지 의외로 처리하기가 쉬웠다.


작년에 쥐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격렬하게 움직이며 저항을 했었다.

너도 목숨이 달린 일이라 그러는 게 당연하다 여겼지만

우리와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었기에 결말은 이미 정해진 터였다.

(벌이나 새가 들어오면 창문을 여는 등 융통성을 발휘하겠는데......)


올해의 쥐는 거의 숨을 거둔 것 같았다.

작년의 반응을 예상해던 나는 약간 싱거운(?) 결말에 안도하였다.


50대 삼촌과 30대 조카의 난리법석.

여전히 집 어느 곳으로 쥐가 들어오는지 밝혀내지 못했지만

반기지 않는데 굳이 오려는 손님을 그 어떤 주인도 환대하지 않는 것처럼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그런 서생원이 있음 좋겠다.


암튼 삼가 명복을 빈다 이름 모를 서생원이여.


그리고 잠깐 든 생각 하나.

"혹시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덫이 있을까?"

"그렇다면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내가 덫에서 벗어났음을 어떻게 깨달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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