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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Feb 01. 2024

골목길에서 듣는 'My Way'

- 나도 따라 흥얼흥얼

아침에 일어나 비비고 국밥에 밥 반 공기를 말아 먹고 집을 나선다.

손목닥터에 외부걷기를 적용하고 시간을 보니 아침 7시다.


대문을 닫고 골목길로 쭉 걷고 있는데 

어디서 멀리 노래소리가 들린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그 골목길에 오가는 사람은 나와 그분뿐.

삐죽삐죽 나온 건물을 휘감으며 바람따라 흩날리는 노랫소리.


한 2~3미터 앞에서 목소리가 조금 작아지더니

내가 스쳐가자마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흘깃 얼굴을 보니 겨울모자에 귀를 꼭 감추었고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 낱낱이 드러나 보이고

편안한 표정을 한 60대 후반 형님의 모습이다.


순간 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질 않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노래는 기교가 없었다.

영어 발음도 버터향은 전혀 나지 않는 정겨운 발음이었다.

분명하면서도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을 음미하는 듯했다.

담담한 표정에 떨리는 기색없이 툭툭 내뱉는 한 소절 한 소절이 아름다웠다.


그분의 삶은 어떠했을까?

후회나 회한으로 가득찼을까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가득찬 세월을 보냈을까


난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 아침에 부른 'My Way' 바로 그 순간만큼은 분명 행복했으리라 난 믿는다.


골목길이 꺾어질 무렵 뒤를 돌아본다.

더이상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고, 뒷모습도 점점 희미해지지만, 

오늘 하루 내 가슴을 뛰게해 주셔서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점점 날이 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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