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이 나에게 하는 말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몸과 마음이 상쾌하다.
회사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발걸음도 경쾌하고 잡생각도 덜 났다.
어제 점심 무렵 이상한 조짐이 있었다.
몸이 갑자기 무겁고 입맛도 없고 잔기침도 나고...
지난주 코로나 걸렸던 직원이 오늘 복귀했는데
그냥 기분탓이려니 했었다.
오후 근무는 더욱 버거웠다.
입 안이 마르니 목소리가 덜 나오고 발음마저 뭉개진다.
이해를 하지 못한 민원인에게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그렇게
도돌이표 같은 설명이 시작되면 두통이 세렝기티 초원의 들소처럼 몰려왔다.
이건 월요병이야.
내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마저 조절이 안 되니
그 영향이 다시 육체로 이어진 거야 라며 애써 위로했다.
사실 오늘 퇴근 후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찍어둔 책을 사러 갈 예정이었다.
달랑 1권씩 남았는데 그 책이 언제 입고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어지간하면 가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그건 아니다 싶었다.
내 몸이 아까부터 계속 나에게 속삭이는 말을 비로소 기울이기로 했다
"퇴근길은 걸어가지 말고 편하게 버스를 타고 가자."
"저녁을 꼭 먹고 딴짓하지 말고 잠자리에 들자"
"혹시 모르니 감기약에다 타이레놀도 같이 먹자"
어제 저녁 나도 내 몸이 하는 말에 격하게 동의하며 그말대로 따랐다.
아침 출근길.
날도 제법 풀렸고.
아침은 소고기미역국 컵밥을 먹으며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과 그 밥벌이로 나에게 아침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