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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Feb 02. 2024

친절한 아니 찬란한

- 살 날은 점점 줄어갈테고

금요일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났지만 버스 대신 걸어갈만 해서 여느 때처럼 익숙한 길을 따라 회사로 향한다.


마지막 사거리에서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앞사람 가방 뒷쪽에 한 권의 책이 꽃혀있었다.

책을 보고 있노라니 또 다른 책 친구를 만나서 기쁜 나머지 무슨 책을 읽은지가 궁금했다.


파란색 표지의 '나는 찬란한 죽음을 원한다'였다


순간 드라마 '도깨비'의 그 유명한 대사가 또오른다.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누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처음에 그런 쪽의 책인가 생각했었고 그래서 나는 그 어떤 찬란한 죽음을 원하는지 궁금했다.

사무실에 가서 검색을 해보니 박중철 님의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라는 책이었다.

그래 내가 노안이었지.

게다가 아침에 안경에 김이 서려 제대로 못 봤다고 애써 위로하지만

'친절한'을 '찬란한'으로 착각한 그 순간이 못내 부끄러웠다.


잠깐 책소개를 보니 몇가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데 마음을 끌어당기는 질문이 있어 소개해 본다.

1. 우리는 후회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

2. 우리는 살면서 죽음에 대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


나이 50이 넘어 보니 인생에서 확실한 사실은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만 그 시기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태도는 자신이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100세 시대로 달려가는 지금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무엇이 '친절한 죽음'인지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알 순 없지만,

내 마지막을, 내 자유의지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도깨비의 그 대사를 읊지 않더라도

신이 주신 생명을 다 소진하고 그분에게 다시 돌아갈 적에

'친절하고' 더 나아가 '찬란한' 죽음이라고 해도 괜찮치 않을까 싶다.


지금 생각난 내 마지막 순간은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침실이 있고

눈 앞에 사이프러스 나무와 아몬드 나무가 나를 맞이하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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