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보관실에서 쪽잠을 자며
자 12시 반이 됐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게시간이자 점심시간이다.
먹기 위해 살든 살기 위해 먹든 앞으로 1시 반까지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그런데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하려다 나는 뒤쪽의 서류보관실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곳엔 3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내가 남몰래(?) 넣어둔 곳인데
수건을 돌돌 말아 배게 삼아 곧바로 누워서 1시간 달게 잠을 잤다.
3:25
3:40
3:15
......
이 숫자는 내가 요즘 중간에 깬 새벽 시간을 말한다.
9시에 자든 11시에 자든 3시와 4시 사이에 왜 눈이 떠지는지 모르겠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텐데 짐작조차 안 간다.)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면 그만인데.....
곧바로 잠이 오지 않다보니 스마트폰으로 뉴스 몇 꼭지를 보면 이삼십 분은 후다닥 지나간다.
그럼 그때야 흠찍 놀라서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이불을 정성스레 몸 위에 살포지 얹져 놓다보면
어찌어찌 잠이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그리 개운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식당을 과감히 포기하고 (눈꺼풀이 제법 무거웠기에)
잠을 보충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준 준 후 다시 업무 시간이 시작되었다.
왜 사람은 꼭 먹어야 활동에너지를 충전하는 존재일까. 지금 배가 고프다는 말이다.
지난 구정 때 약과 몇 개를 서랍 속에 쟁겨 놓았는데
마침 아침에 챙겨둔 구은 계란 한 알과 함께 민원인이 오기 전에 후다닥 입으로 우겨넣었다.
몰래 먹어서 그런가 참 맛있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일은 식당에서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어야겠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한반중에 잠이 깨더라도 딴짓하지 말자고 거듭 다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