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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Mar 15. 2024

love wins all?

사랑, 자연, 인간.

 사무치게 흔들던 태풍이 간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앞마당에 있던 파랑새 둥지가 완전히 없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작은 알이 5개나 있었다. 곧 부화할 아이들을 위해 슬기롭게 집을 보수하던 파랑새도 온데간데없다. 알지 못했다면, 하며 마저 마당을 정리한다. 태풍이 휩쓸고 간 마당을 정리한다.     


사막 한복판에 있는 오아시스 주변으로 작은 마을에는 아이들이 몇 없다. 어릴 때 극심한 낮과 밤의 온도 차를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평생 온몸을 어둠에 감추고 살아야만 한다. 아이들은 평생 위아래로 쭉 잡아당겨 지다가 양옆으로 늘어나고 이내 뭉그러진다. 전갈과 오염된 식수를 버티지 못하면 눈을 감는다. 파랑새가 태어났다.     


바다를 달리는 기차 앞칸에는 언제나 노파가 앉아있다. 눈을 부라리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어 말을 걸기도 쉽지 않은 그에게 말을 붙이는 아이가 있다. 대꾸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쫑알대던 아이는 숙녀가 됐고, 어른이 되었다. 대꾸 없는 노파에게 말을 붙이지 않는 어른. 기차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반대로 노파의 얼굴은 점차 환해졌고, 이내 웃는 꼴이 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마음 놓고 울었다. 환한 햇빛이 드리워 그림자를 없앤 그날,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작은 언덕, 작은 나무에 꿀벌 집은 언제나 사방에서 위협을 받게 된다. 장수말벌이 등장하면 용감한 꿀벌이 맞서 싸운다. 단단한 갑피를 뚫기는 거의 불가능함에도 그들은 공격한다. 여왕만 어떻게든 지켜내면 다시 세를 불릴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무시무시한 적이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버린대도, 내장이 쏟아지더라도 임무를 다하리.  

   

고요하고 큰 연못은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물수제비의 명소가 되어주었다.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대호의 주변엔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마저 화음을 이루었다. 퍼지던 웃음이 높아지고 낮아지고. 골분 흩뿌려지던 날에 대호에 파동이 일었다. 수면이 올라 자못 넘치더니 날이 갈수록 마르기 시작했다. 나무는 시들고 새와 동물이 떠났다. 숲이 웃음을 뒤따랐다.     


태풍이 태양에게 진다고 하던가. 그러나 태풍이 남기는 잔해는 여간 차가운 것이 아니다. 데울 수 없고, 여밀 수 없다. 연약한 이들에게 무서운 건 그것이다. 날마다 있는 무엇이 아니라, 가끔가다 찾아오는 그 무언가가 두려운 것이다. 


설령 그 무언가가 당신이 찾던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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