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정한 건 나쁜 거래요
사탕의 맛, 기억나?
처음 봤을 땐
이게 뭐지 싶었는데
일단 껍질을 없애고 맛을 봤지
혀를 이리저리 굴려도 처음엔 별로였는데
점차 느껴지는 단맛에, 어느새 홀려버렸어
녹아 없어지면 그게 그리도 아쉬웠더랬지
맛도 기억에만 남았고
축축하게 남은 사탕 막대를 꼭 쥐고 있다가
내 멋대로, 빨간 우편함에 쏙 넣어버렸지
빨간 상자에 넣으면 이곳저곳에
다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커서야 알았지 뭐야
유난히 무거운 금요일이 있었지
사탕도 깜빡, 사탕도 깜빡,
눈꺼풀도 질 수 없다
깜빡
교문 앞에서 쏟아지는 멍하니
뛰어서 가볼까
터벅터벅 긴 길을 갈까
뿌옇던 날 어깨에 보슬비가 내렸던 날
넌
우산 들고 마중을 나온, 프레임에 갇힌 듯 선명하게 보였고
긴 신발로 발목을 덮은, 네가 노래를 부르던 노란 부츠였고
파아랗게 큰 우비를 입은, 같이 우산을 쓰자 했고
사탕을 우물거리며 말하는, 볼이 동그랬지
마중을 나오면 비가 그친다는 투정
손에 비해 큰 사탕 3개를, 손에 꼭 움켜쥔 채로
일기예보와 그리도 짓궂게 다투는, 유일한 아이였지
이번엔 진짜 맞겠지, 중얼거리며
부츠를 신고 우비를 쓰는
잘 먹지도 않는 사탕을 입에 물고
먹지도 않는 맛까지 두루 챙겨 주머니 가득
맞아, 그런 아이였지
우리 집 한켠엔 노오란 우비가 있어
병아리같이 조잘대던 부츠도 있지
함께 쓸 우산을 남겨놓는 마음과
그걸 가져오는 너의 감정도
사탕은 3개보다도 훨씬 많아
볼이 빵빵하다고 놀려도 항상 사탕을 먹고 있던 너는
부츠가 긴 이유도 알았겠지
우비 옆을 지키는 사탕 꾸러미엔
이젠 먹지도 않는 사탕이 한가득
언제 올지 모를 우편을 기다리며 두런두런
열기 띤 마음에 몸을 녹이고
입에 사탕을 물고
다른 손으로 사탕을 한껏 움켜 집고 집을 나서며 나는
나는 그렇게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