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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Mar 22. 2024

너무 다정하지 않게, 2

변주를 노래가 아닌 시에 담아

사탕의 맛, 기억나?     


혀를 이리저리 굴려도 처음엔 별로였는데

점점 느껴지는 단맛에 어느새 빠져버렸고

녹아 없어지면 그리도 아쉬워 투정부렸지     


사탕 막대기를 꼭 쥐고있다가

빨간 우편함에 쏙 넣어버렸지   

  

너무 좋으니까 바랬어

거기 있으면 집배원이 꺼내서

이곳저곳 여행을 시켜주니까

세상 사람 모두에게 전해주길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커서야 알았지 뭐야  

   

유난히도 무거운 금요일

사탕도 깜빡 우산도 깜빡

뿌옇던 날 어깨에 보슬비가 내리던 날     


그때 네가 보였어

우산 들고 마중을 나온, 프레임 속 장면인 듯 선명하게

긴 신발로 발목을 덮은, 노래를 부르던 노란 부츠

파랗고 큰 우비를 입은, 너무 커서 땅에 닿을 듯한

사탕을 머금은 입은, 사탕을 건네며 움직이기 시작했지  

   

함께 우산을 쓰자고 말하는 너

어떻게 한 우산을 쓰냐고 괜히 툴툴대는 나

그렇게 말할까 우비를 입었다는 너

그 대답에 못내 한 우산을 쓰는 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는 너

따라 웃는 나와 

함께 웃는 우리     


집 한켠엔 파란 우비가 있어

병아리같이 조잘댈 노란 부츠도 있지

귀엽게 건넬 사탕을 담은 꾸러미와

함께 쓸 우산을 쟁여놓은 우산꽂이 

    

그렇다고 너무 따뜻하면 안 돼

너무 좋다고 바라면 안 돼

장난치듯,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너무 다정하지는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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