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낙하

by 이동건

종이 한 장을 가져갔다.

작은 것들로의 붕괴는

은밀하게 육신을 도륙한다.


시작은 혀를 뽑는 것부터.

고통이 급히 얼굴을 굳힌다.

들뜬 숨을

끊어 내뱉는다.


하나의 종이가 모든 것을 이루었다.

위대한 성은 굳세어라.

사기탱천 병사들을 뚫고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만 보이는

요새에서 나는 안락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야 살아있으므로

끓어 오르는 가래야말로

평생의 심장만큼이나 확고한 증거로

나를 증명하므로

여기는 내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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