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지긋한 걸음으로
겨울은 내게 가장 편안한 시기다
날숨에 서린 하얀 이슬
얼어버린 세상
모든 것들 위에
다정히 쌓이는 눈, 한기
눈사람을 장갑도 없이 빚은 후에 느껴지는
따뜻한 듯 부르튼 손, 들뜬 눈
한껏 솟아난 웃음소리가
눈을 데리고 돌아오는 시기
상상은
미끄러지듯 비대해졌다
걷잡을 수 없었던 순간에 너는
손을 뻗었다
너만의 온도로
삐져나오는 것들을 쓰다듬었다
상처 입은 아이를 대하듯이
우리는 더욱 멀어져
알지도 못한 채 달리다가
그렇게 넘어졌을지도 모른다
나날이 커가는 우리의 시간에
겨울이 없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