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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Feb 20. 2024

왜 비가 술을 부를까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


비오니 술생각이 난다 – 


나는 항상 일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쉬고 있었다. 무리한 운동 탓인지 갑자기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 아무래도 한주 정도는 쉬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어 쉬고 있었다. 날씨도 많이 흐리고 가늘게 실비가 오고 있었다. 저녁 무렵이 되니 돌연 막걸리 한잔 생각이 났다. 허리 통증과는 큰 연관이 없다 생각되었다. 스스로 편할 대로 해석한 방식이다. 혼자 마시기는 조금 이상해서 마실 친구를 유혹했다. 그리고 저녁 무렵 그들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내리는 빗살이 제법 굵어져 간다. 그때 우산을 쓰고 가며 생각이 들었다. 


왜 비가 오면 술 생각이 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졌다. 내가 이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능력은 없다.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인데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고 가니 먼 길이 아닌 듯했다. 아니 즐거운 상상이 펼쳐진다. 빗속을 걸으며 생각이 펼쳐지는 철학적 흉내 같다. 그 이유가 뭘까. 노래가사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비 올 때는 막걸리에 빈대떡이나 부쳐먹자는 가사로 기억난다. 사람들은 비가 오면 기분이 조금 멜랑꼴리 해지나 보다. 걸어가면서 생각나는 것이 어디 막걸리뿐인가. 생각나는 것이 더 있을 수 있다. 옛날 애인도 생각나고 학창 시절 옛 친구도 그리워진다. 


특히 나는 비를 좋아했다. 소싯적에는 일부러 우산도 안 쓰고 흠뻑 비를 맞은 일도 여러 번 있었다. 비와 나는 제법 친하다. 이상하게도 어디 가려면 비가 많이 왔다. 몇 년 전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할 때인데 큰 태풍이 왔다. 그런데 그 태풍 속에서 페달을 밟으며 나는 속으로 즐거웠다. 미친놈으로 인식될까 봐 그런 이야기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오래전에 우리 어머님이 그 이유를 명확히 정의해 주셨다. 그런 이유는 내가 용띠라서 그렀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해석을 했다. 내식으로 편리한 해석이다. 용이 비를 만나니 용틀임 할 수 있는 호기이다. 절대 비를 피하거나 무서우니 할 필요가 없으렷다. 이게 내 해석이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큰비가 와도 나는 일정을 바꿀 이유가 하나도 없다. 장인 어르신 살아계실 때 가족들 함께 동해안을 갈 때도 큰 비가 왔다. 다들 날씨가 안 좋다고 안 가시려고 하는 것을 기어이 내가 우겼다. 그리고 강행했다. 


가는 도중 도로 일부분이 유실되고 힘들었지만 우려한 만큼 다른 불상사는 없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비를 구경하며 어르신과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켜니 술이 진짜로 술술 넘어갔다. 집사람이 오래 살다 보니 나의 이런 기호에 도움을 준다. 따로 요청도 없지만 비가 오면 저녁에 해물파전을 노릿하게 만들어 먹으라고 준다. 다른 때는 별로인데 이때만큼은 당신이 최고라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겨울철에는 이런 막걸리가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 있다. 특히 겨울 산행을 할 때는 노지에서 먹을 때 독한 술이 제격이다. 중국산 술을 준비해 간다. 도수가 센 고량주이다. 독한 술은 추위를 잊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오해 마시기를 바란다. 산중에서 절대 과음은 하지 않는다. 산속에서 만취하여 애꿎은 119 아저씨들이 헬기 타고 와서 싣고 가라는 짓은 진짜 창피한 짓이다. 여러 차례 몽골에 가보니 소꼬리도 부서진다는 극한의 추위에 독한 보드카가 가장 적합한 술이라 여겨졌다. 몽골 여행을 하면서 매일 저녁 보드카를 마시며 추위를 이겨보았다.


 보드카는 추운 나라에서 최고로 환영받는 술이다. 러시아 사람들 또한 보드카 사랑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러시아의 자랑을 해보라면 그들은 대부분 2가지를 말한다. 먼저 스푸트니크 우주선을 말한다. 세계 최초의 우주기술을 보유한 자랑이다. 그리고 보드카를 자랑한다. 근데 보드카가 스푸트니크 보다 더 위대한 발명이라 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보드카에 대해 조금 초를 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보드카의 원조는 칭기즈칸시절 몽골군이다. 그런데 다른 두나라가 서로 원조라고 우기고 있다. 러시아와 폴란드이다. 유래는 이러했다. 몽골의 킵차크칸국이 러시아를 약 300년 이상 지배했고 보드카 제조비법을 그들에게서 배웠다. 폴란드 또한 13세기에 몽골군이 지배한 곳이다. 몽골 병사가 가는 곳은 언제나 증류주 술이 함께했다. 증류주 제조 비법을 몽골군에게서 배운 우리 한국도 그중 하나이다. 물론 세월이 장구히 흘러 새로운 증류주 레시피로 토착한 전통 술이 되었다. 보드카 원조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어떤 보드카가 더 훌륭한 술이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술은 분명 때나 계절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가 제철이다. 운동을 하면서 갈증이 유발되면 한 캔의 맥주가 그리 생각이 날 수가 없다. 더운 날씨에 운동이나 일을 마치고 마시는 한잔의 맥주는 최고의 갈증 해갈이 된다. 과거의 승무원 시절 회상이다. 젊어서 동남아 지역에서 골프를 칠 때의 일이다. 행상들이 시원한 맥주를 얼음에 챙기어 이를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있었다. 여름철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다가 이렀게 한잔 마시는 맥주의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맛이다. 그래서 그 맥주 판매원에게 두세 홀 지나서 다시 한번 와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많이 마시면 역작용이 온다. 더 더워진다. 또 한 번은 가을철 옥토버페스트를 가본 뮌헨에서 맛본 맥주가 생각난다. 거기서는 맥주를 작은 걸로 제공하지 않고 무조건 1000cc 잔으로 판다. 호프잔을 서빙하는 여급들은 양손에 약 10개 이상을 손으로 나르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배에 대고 나른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배달하는 그들의 허리는 남성 이상으로 튼튼한 체격이다. 보통 수천 명을 수용하는 그 넓은 홀에서 술을 주문하고 배달되려면 적어도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마치 배고픈 사람에게 밥이 맛있듯 그 맥주 맛이 나쁠 리가 없다. 오랜 기다림이 맛을 불러일으킨다. 


그곳 돔으로 된 맥주홀 내부의 분위기는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기도 하여 거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한마디로 청력이 나쁜 사람은 옆사람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곳에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가려 하지 않는다. 밖에서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을 보니 아예 주문할 때 한 번에 더 많은 맥주를 시키는 것을 보았다. 안 그래도 맛있는 도르트문트 맥주를 축제현장에서 먹는 맛은 최고의 맛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식사와 함께 반주를 가끔 즐긴다. 술 자체를 음식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젊었을 때처럼 과하게 먹지는 않는다. 술은 우리에게 가끔 나쁜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좋은 기분을 주는 약이 되기도 한다. 단 양이 그 준거가 된다. 주위에서 보면 통제 못한 술로 인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보았다. 인생살이의 맛을 돋우는 향신료로서 술이 작용한다면 그것은 정신 건강에 좋은 차 한잔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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