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목적지 공항에 쿵 착륙하고 나고 잠시 후 엔진에서 센 바람소리가 나고 작은 항공기 요동이 발생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spoiler) 가 날개 윗면에 저항벽을 세워 감속 기능을 하는 구동이다. 스포일러는 ‘무엇을 망치다’라는 뜻의 영어 spoil 에서 나온 말이다. 영어 속담에 ‘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라는 말이 있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뜻이다.
스포일러는 일반 사람들이 항공기에 대해 조금 관심을 기울여야 알 수 있는 항공장치 기관이다. 초기 항공기 개발사에서는 최고의 기술은 바로 항공기를 날리는 기술이었다. 이륙의 테크닉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초기 항공 개척자들이 그들의 숱한 목숨을 걸며 도전했다. 그들은 거의 50년 이상을 인류의 꿈인 이 기술에 전념했었다. 이륙이라는 선행 기술이 완성된 연후에 다른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드디어 그 기술이 터득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여전히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할 고급 항공기술은 현재에도 더 먼 길을 가야 한다.
그 많은 기술 중 하나는 착륙 후 항공기를 빨리 멈추는 기술이다. 아니, 그대로 정지하면 되는 것을 왜 더 빨리 멈추는 거야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초기 항공기의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을 때는 하등 필요치 않은 장비였다. 지금도 소형 항공기나 일반항공 분야에서는 이 장비가 별로 의미가 없다. 착륙장치에 있는 브레이크 액션만으로 감당이 되었다. 현대 항공기가 대형화, 고속화됨으로써 착륙 후 속도를 급 감속해야 하니 이 장치가 필요해진 것이다. 일부 군용 전투기에서는 착륙 후 속도를 줄이기 위해 후방에 낙하산을 펼쳐 항공기의 진행 방향과 정반대 방향의 공기 역학적 저항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활주로가 짧은 공항이나 항공모함 등에서는 아주 필수적 장치이다.
항공기는 이륙과 순항에 필요한 추진력의 방향은 항공기의 후방 방향으로 향하는 벡터의 힘이다. 스포일러는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다가 착륙후에 벽면을 세워 공기 저항으로 속도를 줄인다. 공기를 이용하는 에어 브레이크 기능이다. 즉, 전방으로 향하는 항공기의 속도를 쎈 바람의 저항으로 감속시키는 방식이다. 수백톤의 항공기의 감속을 하는 역할을 착륙장치의 브레이크 작동만으로 한다면 대형 항공기의 중량을 다 감당하지 못한다. 자칫 대형 위험이 발생할 우려도 많다. 민간 대형 항공기에서 스포일러의 사용시간은 불과 수십초 정도이다. 스포일러를 공기역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양력(lift)을 줄이고 항력(drag)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항공기에서 사용되는 스포일러 장치는 경주용 자동차에도 이용되고 기타 산업에도 사용이 된다.
전방 유입 공기가 중간부분에서 분출, 공기분출 방향 전환으로 동체를 감속
물론 스포일러 만으로 수백 톤에 달하는 대형 민간 여객기가 갑자기 속도를 극적으로 감속시킬 수는 없다. 다른 기능을 더 추가해서 항공기 감속을 유도한다. 착륙 시에 이와 별도로 엔진 역 추진 (engine reverse) 파워를 가동한다. 수십 초간 순간적으로 작동되는 엔진의 역추진력이 분출된다. 이는 항상 후방으로 분출되는 엔진 분사의 방향을 착륙 시 역으로 분출 방향을 바꾸어 작동시키는 프로세스이다.
여기에 항공기 착륙 시 다른 감속작동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다. 바로 착륙장치의 타이어 휠 제동력이다. 쉽게 자동차의 브레이크액션 기능이다. 미끌리는 스키딩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에서 가장 먼저 ABS 기능을 넣었다. 이렇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활주로에서 항공기 활주거리를 단축시킨다. 이착륙이 엄청 잦은 대형 공항에서는 활주거리의 단축으로 더 많은 항공기의 원활한 이착륙이 가능해진다.
항공여행을 할 때 스포일러를 잘 볼 수 있는 위치가 있다. 바로 항공기 날개 위에 위치한 좌석이다. 좌우방향 어디라도 모두 관찰이 가능하다. 항공기가 쿵 하고 목적지 타치다운 후에 딱 한번 벌어지는 작동이니 제때에 보아야 한다. 날개 윗 좌석에서는 스포일러 기능도 확인이 가능하고 또한 엔진 리버스도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설명을 돕기 위해 사진을 첨부해 두었다. 원래 날개 윗부분에 앉은 승객은 넓은 항공기 날개에 가려 지상 관찰이 어려워서 승객 선호도는 떨어지나, 이 때는 동행한 아이에게 항공 구조학에 대해 좋은 설명을 할 수 있는 좌석이다.
이번에는 소재를 항공기에서 사람으로 바꾸어 보자. 스포일러의 미국식 표현에서 보면 친구에게 영화내용을 미리 알려주어 제미를 반감시키는 경우에도 사용이 되고 있다. 이것은 크게 인간 관계를 상하지 않는 선에서 봐줄수 있는 애교로 용인이 되는 경우이다.
항공기가 아닌 사람에게도 때로는 스포일러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때로 이것을 펼치는 해프닝을 시도한다. 여럿이 모여 한창 분위기 좋은 상황이 잘 유지되는 순간 그가 가지고 있던 스포일러를 갑자기 펼치는 경우이다. 그가 스포일러를 오픈하자마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갑자기 썰렁해진다. 어떤 승무원들은 이것을 '인간 스포일러'라고 놀린다. 항공기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순기능이었지만 휴먼세계에 이것이 작동되면 분위기를 곤혹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단순히 즐겁던 유흥의 분위기야 좀 망가져도 큰 부작용은 아니지만 공동체의 규범질서가 잘 유지되어야 할 우리 사회에서 뜻하지 않게 펼쳐지는 스포일러는 사회적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존중해야 할 사회상식에 반하는 에어 브레이크는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가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 필요한 기능은 꼭 필요한 곳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무엇을 행하기 전에 잠시 순기능과 역기능을 검토해 봐야 한다.
옷을 입을 때도 적절한 T.P.O 에티켓이 있어야 훌륭한 신사 숙녀가 되는 것이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잘 가리라는 의미이다. 아무 데서나 스포일러를 펼쳐서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성숙한 인생이라 말하지 않는다.
최근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삼일절에 일장기 게양 사건을 보며 이것도 일종의 사회적 스포일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PS. 소수의견을 말하는 것과 스포일러 펼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소수의견과 개성은 인권처럼 존중되어야 하고 스포일러와는 구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