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black widow) 하면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장례식장에 검정 상복을 입은 미망인 이미지가 떠 오른다. 제목 자체가 치명적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인식되어 최근에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원래 용어는 맹독성 독거미에서 유래했다. 블랙 위도우 곤충은 교미 후 숫놈을 잡아먹는 비정한 독거미 암놈을 의미한다.
언제나 자전거를 타면 다양하게 주제 없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반나절 혹은 한종일 자전거를 타니 생각 외에 다른 할 일이 없다. 오로지 생각만을 하게 된다. 철학자는 걸으며 하는 사색을 나는 페달을 밟으며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니, 큰게 하나 다르다. 그들은 높은 사색이고 나는 낮은 사색이다. 최근에 정한 것은 가급적 하나의 주제로 집중해 보기로 했다. 추석 마지막 휴일에 한강변에 나오며 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이냐 면 내가 집을 나서며 집사람에게 좀 미안한 느낌을 가졌다. 집사람을 집에 두고 혼자서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 언제나 하는 동호인들 과의 자전거 라이딩이다. 그러나 때는 명절 마지막 날이라 좀더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꼬리를 무는 생각은 아내를 혼자 집에 남겨두고서 나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골몰히 생각의 머리가 회전했다.
아내를 혼자 두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부들이다. 그들은 재미로 배를 타지 않는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로 나간다. 그래서 그들은 집을 나갈 때 미안한 감정은 절대 없다. 부인도 그가 외출을 할 때 배가 떠나는 언덕에서 떠나는 배를 보며 그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전세계 어디서나 어촌에는 과부가 많다.
어촌에서 오래전에 전래한 전설이 있다. 망부석의 전설이다. 배를 타러 나간 남편을 마을의 언덕에서 어제도 오늘도 기다리는 부인의 이야기이다.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의 마음은 하루도 빠짐없이 배가 들고 나오는 것이 가장 잘 보이는 그 언덕에서 변함이 없다. 그 마을의 사람들은 언제나 언덕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그 부인의 심정을 다 알고 있다. 같은 마음으로 그의 무사귀환을 바랐다. 그러나 그의 남편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한없이 정절를 지키며 바다를 쳐다보던 그 부인은 결국 돌부처가 되었다. 슬픈 망부석(望夫石)의 전설유래이다.
초기 항공기에 대해서도 유사한 이야기도 많다. 바로 widow maker 항공기이다. 초기의 항공기 중에서 특히 군용 전투기를 타는 파이럿들은 공중 전투중 사고를 당할 위험이 가장 컷다. 사고가 잦은 전투기에 대해 냉소적으로 widow maker (과부제조기)라고 불렀다. F-100 이나 F-104 같은 전투기가 주된 예이다. 달리 말하면 조종사 킬러(pilot killer) 항공기이다. 양대 세계대전 전사자 기록상으로 볼 때 과부제조기라 불린 불명예 항공기가 많았다. 초기 항공기는 현재와 같은 안전성을 유지하지 못해서 실제로 평시에도 항공사고로 사상자가 많았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사상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 불명예스러운 칭호는 현대에도 계속되었다. 수직 이착륙기 오스프리라는 미 해병대의 주력 항공기가 있다. 주로 오키나와에 항공 근거지를 둔 전투용 및 수송기 헬기이다. 현대 항공기 답지 않게 잦은 추락으로 인해 과부제조기라는 별칭을 얻은 항공기이다.
비행기 외에도 초기 잠수함도 widow maker에 포함된다. 독일과 러시아에서 초기 개발한 잠수함들은 이런 별명 부류에 속했다.
내가 아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오래 타는 친구가 있다. 옛날 한때는 오토바이 자체가 과부제조기라 불릴 때가 있었다. 워낙 많은 사고가 발생해서이다. 농담으로 남편 보기 싫으면 멋진 오토바이 한 대를 사주면 된다는 좀 무서운 농담도 들었다. 친구는 오토바이 중에도 widow maker 별칭이 붙은 특수 기종이 있다고 하였다.
생각을 조금 더 해보면 진짜로 큰 과부제조기가 있다. 바로 전쟁이다. 고대에 전쟁이 발발하면 주로 힘쎈 남자들이 전투의 일선에 투입되니 부족간의 성비가 왜곡되고 만다. 그래서 생긴 것이 환경에 따라 특이한 결혼제도가 만들어졌다. 고대에서는 가문의 영속성을 위해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거나,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자기를 직접 낳은 어머니가 아니면 혼인하기도 했다. 주로 북방 유목민족에서 발현한 가족유지를 위한 혼인제도이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몰몬 교도들이 일부다처제를 한 이유도 부족한 남성이 많은 여성을 보살피게 한 배려성 있는 제도들이다.
근대에도 일단 전쟁이 나면 인구통계학적으로 비슷한 성비가 깨어져 남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여성이 넘치고 남자는 부족한 현상이 생긴다. 가장 무서운 과부제조자는 바로 전쟁 그 자체이다. 전쟁이 초래하는 궁극적 사회 왜곡현상은 대부분 국가 지도자에 의해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는 민족의 영웅이 되고 역사에 기록되고 동상이 만들어진다. 이 평가는 오직 한 쪽에서 본 평가인데 다른 쪽 평가는 완전 반대이다. 중립적으로 말해서, 전쟁을 일으킨 자는 인류의 공적이라는 인식이 필요할 때다. 또한 수많은 과부를 만든 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부턴지 남자들의 마약성 취미때문에 집에 있는 주부들을 주말 과부로 불리기도 한다. 남자들이 낚씨, 골프 취미에 과몰입해서 생긴 신종 용어이다. fishingwidow, golf widow 라 부른다. 최근에는 이러한 폐단을 없에고자 부부가 함께 공동의 취미를 가꾸는 현상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것이 일부에 해당되는 제한적 해결책이라 해도 그렇다.
아무 대책도 없는 생각을 이리 저리 해 보았다. 추석은 지나갔고 다시 일을 할 때가 왔다. 가정의 소중함도 다시 느끼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