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했고, 무너졌고, 그렇기에 시작한다.

by 세균

고생했다고... 사랑했다고... 수고했다고... 슬퍼했다고...


내가 얼마나 살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며칠 바로 어제도 무너지고 무너지고 무너졌다.


이 구조가 벌써 몇번째인지 수도 못 세겠다. 힘든 나날이었다.

내 감정구조를 이해하고자 노트를 끄적이곤 스스로 만족하곤 계속 살아갔다.

그럼에도 계속된 무너짐은 날 정말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녀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고 내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내 존재가 없어졌다.

난 절망에 빠짐에도 그녀는 잘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난 깨졌다.


그럼에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녀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내 자존심 또한 인정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말 짧은 휴식을 가졌다. 그녀가 내 가슴과 뇌를 때려도 난 갑옷을 두르고는 허용했다.

감정이 와도 적당히 살아냈다.

그러니 불안 속 여유가 생겼다.


외롭고 슬펐다.


정말 간단한 결론이었다. 슬펐다.

날 위해 뭐든지 해줄 거 같은 그녀의 모습이 생각나며 이제 정말 이제는 정말 끝났다는 걸 알았다.

지금의 깨달음도 거짓말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끝났다. 난 살았다. 그저 숨을 쉬고 있다. 난 내가 미웠다. 정말로


그녀 앞에서의 내 모습이 비참하고 죽이고 싶고 죽고 싶고 사는 이유 자체가 없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줬다.

내 정체성과 존재를 주니 나에게 남은 게 없었다.

나의 유일한 실수였다. 난 나를 존중하지 못했다. 나에게 살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정해야 할 시기다.

난 그동안 끝까지 남아 슬퍼하고 애도하고 사랑하고,


고생했다. 수고했다.


이 말을 하니 잠겨있던 내 상태도 눈물을 허용해 줬다.

눈물이 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힘들었다. 물론 지금이 끝났다고는 말 못 한다. 정말 끝났다고 말하면 무너졌다.

너무 힘들었다. 끝나지 않는다. 절망이었다. 하지만 이것조차 이제는 인정해야 함을 알았다.


무엇보다 날 인정했다. 제일 힘든 거였다. 난 나를 인정 못 했다.

내가 고생했음을, 책임졌음을, 사랑했음을, 이제는 쉬어야 함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너무 내가 나를 매질하며 살아왔다. 그래야 하니깐, 그랬어야 하니깐.

그런 게 나니깐 내 존재 증명 방식이니깐, 그러지 않으면 내가 정말 사라지는 거 같으니깐,

정말 사랑했으니깐 난 정말 좋아했으니깐, 그래야만 했다.


그럼에도 이제는 무엇을 놓아주는지 몰라도 저 멀리 바람 타고 날아가도록 미련 없이 뒤돌아 있을 수는 없어도 그저 천천히 바라보며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내일되면 바로 울고불고 난리치고 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이것이 정답이다.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있다.

이것은 모순이고 무한함이다.

난 알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그럼에도 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 존재를 안아줘야 함을, 정말 정말 사랑했고 사랑한다. 나 자신이여 그녀여 내 마음이여.


정말 고생했다... 정말...


내일을 살아가자. 아무것도 모르는 내일을 어떤 내일인지 모르는 내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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