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과 감정의 사이

by 세균

새벽 4시 혼자 방안에서 양주를 옆에 두고 혼자 시름 중이다.

일부로 슬픈 노래 틀고 좀 슬퍼지고 싶었다.

그냥 눈물을 흘리고 울고 싶었다.

처음엔 멋있고 맛있고 묘하게 쓰면서 달달했던 양주도 점차 곡물 비린내뿐이다.

역하다.


계속 계속 혼자 감정을 끌러보려 노력해도 감성은 올려도 감정을 올리지 못했다.

눈물 두방울, 딱 두방울 흘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내가 어쩌다 이리 망가졌을까.

옛날엔 울기 싫어서 혼자 코 잡아가며 참았던 적이 언제라고 이젠 왜 눈물은 안 나고 묘한 슬픔, 답답한 슬픔만이 내 코에 남아 날 괴롭히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닌 이 갑갑한 상황이 너무나도 싫다.

요즘 감정이 굳은 느낌이다. 이것이 내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임을 알아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전에는 내 무너짐이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 그 누구도 모르게 혼자 속으로 무표정으로 굳어서 차갑게 무너질 뿐이다. 그 무너짐조차 답답하게 계속 무너진다.

감정을 어서 올리고 울리고 싶다. 그럼에도 그러지 못한다. 그냥 겉으론 무표정으로 계속 모니터만 바라볼 뿐이다.


답답하다. 갑갑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내 의미도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하루 종일 방 안에 앉아서 나를 연구하고 해석하고 분해하고 이해할 뿐이다. 그저 감정은 격리시키고.


그럼에도 이제는 식욕이 돋기 시작했다. 전에는 식욕이 죽어버려 최대 12킬로까지 까지 빠졌었다.

하다 하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대학 동기가 나보고 살 빠졌다고 놀려대는 수준이다.


그래, 알아줘서 고맙다...


넌 왜 빠졌는지 모르겠지, 내 이 상황도 모르겠지, 그럼에도 알아준 게 고마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밉기도 했다.

걔는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그냥 미웠다. 너무나도 미웠다. 이 세상이 내 자신이, 아무도 몰라주는 인생이.

그럼에도 나 또한 표현못하는 내 자신이.


울고 싶다. 그냥 마음 놓고 울고싶다. 이제 날 놓아주고 싶다. 그럼에도 그러지 못한다. 이유는 아무리 분석하고 이해해도 내 마음과 감정은 이해 못하겠다. 나도 이해 못 하는데 타인들은 어떻게 이해 하겠는가.

제발 나에게 이제 자유가 왔으면 좋겠다. 타인이고 사회력이고 내 감정이고, 그녀고, 제발 이제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다. 동시에 제발 부디 제발 날 알아줬으면 좋겠다.


혹시나 남들이 알아줄까, 혼자 내 감정을 드러낼 연습이라도 할까, 거울 보며 웃어봐도 그냥 밋밋하고 부자연스럽다.

난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 고작 내 전부를 준 그 실수 한 번 했을 뿐인데 어쨰서 이리 날 괴롭게 하는 걸까.

난 왜 그랬을까. 왜 어쨰서 그리 믿고 전부를 주고 진심을 주고 사랑이란 변명에 왜 그리 부담을 줬을까.

내가 잘못한 걸까... 내가 부담을 준걸까... 내가 그리 그리 못된 걸까?


우울하다. 동시에 우울하고싶다.

슬프다. 동시에 슬프고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현실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비참하다. 과거의 내 자신이, 그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이, 나조차 나 자신을, 과거의 나 자신을 토닥여 줄 수 없는 내 현실과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고 한심하고 답답하다.


나만 빼고 시간이 흐르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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