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속 고백

by 세균

잊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짓말이다.

군대 간 친구들 대신하여 그나마 남아있는 친구들을 긁어모아 나의 이야기를 했으며,

대학에서도 우리가 연애를 했음을 아는 몇 없는 선배에게 이야기하고 누나한테도 이야기를 해서

나는 그래도 풀린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수업을 마치고 잠시 동기들하고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그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왜 이리 빨리 가? 곧 있으면 (그녀)랑 만나서 올라갈 건데?"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잘못했으면 그녀를 만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버렸다.

잊고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이제 분노를 느끼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를 만났을 때 어떤 표정을 해야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아직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음을 알아버렸다.

나는 이게 크나큰 공포로 찾아오며 엄청난 우울감을 느껴버렸다.

정말 살면서 이처럼 비굴하고 당황스럽고 억울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정말 무력했다.

나는 나를 속이고 있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생활할지에 대한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했던 그 행동들이 생각나면서 다시 분노를 느꼈다.

그와 동시에 다시 보고 싶다는 구질구질한 생각과 그녀가 애용하던 도서관을 기어코 들어가 과제를 한다는 핑계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적막한 공기와 고요만이 나를 반겼다.


연애를 하며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그녀에게 관심을 보여도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과 성의 없음이었다.

나는 상처와 배신감을 느꼈다.

헤어질 때는 좋게 헤어지고 싶다는 이기적인 말을 하며 나의 마지막까지 나의 감정을 존중하지 못했다.

내가 겪은 감정을 밟아버리는 말이었다.

나는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며 재차 확인할 뿐이었다.

좋게라는 것은 무엇일까?

좋음, 그것은 좋음이다. 내가 이리 헤어진 것도 좋음일까? 안 싸우고 얌전히 차분하게 잘살라는 응원 아닌 응원을 받으며 헤어지는 것은 좋음일까?

아직까지 자신이 착한 아이이며 친절한 모습이라는 자기 만족감을 느낄 그녀를 생각하면 정말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난다.

그럼에도 오늘 이러한 모습을 보인 난 더 비참하고 추잡했다.

우울했다.


학교 소모임의 모임 내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의 조에는 다행히 그녀가 없었다.

그럼에도 만날 날짜를 정하며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팀장분은 갑자기 이런 말을 하셨다.


"1조랑 같이 저녁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떠세요?"


나는 어서 1조를 확인하고 절망에 빠졌다.

어째서 오늘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왜 또 그녀와 만나게 할까.

정말 힘들었다. 왜 고통을 이리 연속으로 주는 걸까.

모든 게 안 맞는 날이었다.


나는 모든 게 두렵기 시작했다. 정말 눈물이 나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 정말 미숙한 학생이다. 정말 모든 게 우울하고 나는 왜 이렇게 사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며, 자존감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어제까지는 후회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후회를 했다. 어째서 이런 감정을 들게 하는 그녀와 만났을까. 그럼에도 나는 그럼 다시 안 만날 자신이 있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아도 부정을 할 수 없었다. 정말 멍청한 나였다. 정말 멍청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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