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임부의 임부복
배꼽 아래 아랫배가 솟구치듯 배가 조금씩 나왔다. 선 자세로 손으로 보듬어보면 팽팽한 느낌이 나는 것이 단순한 아랫뱃살과는 달랐다. 분명히 자궁이 팽창해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모양새. 아마 본래 평균체중보다 많이 나가다 보니 살집이 있어서 남들보다 배 나오는 느낌을 좀 더 빨리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가슴도 임신초기부터 찌릿찌릿 아파오더니 꽤 부풀어서 본래 사이즈보다는 분명히 좀 커졌다. 기존에 잘만 입던 브라들이 좀 끼는 느낌. 옆구리라인도 무너졌다. 가장 먼저 오는 몸의 변화가 옆구리라인이라더니, 진짜였다. 몸무게는 1~2kg밖에 불지 않았는데 옆구리는 두리두리해졌다.
배에 힘을 줘도 봉긋해진 아랫배가 들어가질 않으니 기존에 입던 옷들이 다 불편하게 느껴졌다. 낀다고 해야 하나. 고무줄 옷, 고무줄 팬티, 고무줄 속바지도 다 부담스러웠다. 허리에 아무 저항감도 없는 옷이 필요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강렬히 느꼈다. 원피스를 입어야 해...!
1차 문제 봉착
일반적으로 유명한 임부복들은 모두 '보통체형' 엄마들을 위해 나온 임부복이라는 것. 임신해 몸무게가 불어났다고는 해도 프리사이즈 임부복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임산부에게나 어울리는 제품이 많았다. 프리사이즈라 적혀 있고 88 사이즈까지 권장한다는 설명이 붙어 있곤 했다.
키 169cm에 80kg 정도 나가는 나는 원래가 88 사이즈 이상이었는데, 임신해 불러올 배를 생각하면 캄캄했다. 편하려고 입는 게 임부복인데 끼게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빅사이즈 쇼핑몰을 이용하기로 했다. 원래도 자주 이용하던 곳 중 하나인데, 허리 라인이 부담스럽지 않게 잡힌 맥시 원피스가 있는 곳으로 골랐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곳으로 선택. 아무래도 체형이 변했고 정말 편하지 않으면 안 사느니만 못한 쇼핑이 되는 상황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선택한 곳은 '로미스토리'. 상수에 큰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 눈여겨보았던 곳이다. 하루 날 잡아 친구와 쇼핑에 나섰다. 사이즈도 넉넉하고 많은 원피스를 직접 피팅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평소라면 좋아했을 스타일은 과감히 스킵하고... 정말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만 골랐다.
특히 추천하는 것은 가슴부터 등까지 전체 스모크밴딩 처리 되어 있는 원피스.
다른 디자인으로 두 개나 샀다. 일단 마냥 품이 넓은 것보다 얼마든지 늘어나되 약간은 모양이 잡히는 밴딩이라 예쁘고 편안하다. 허리아래로 바짝 붙지 않으면서 적당히 퍼져서 임신을 해도, 안 해도 예쁘게 입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배가 살짝 나온 상태로 입어보니 티가 거의 나지 않는 수준으로 몸에 안 붙는다. 편하다.
꼭 위 사이트에만 있는 디자인은 아닐 테니 어디든 스모크밴딩 원피스를 사시면 후회 없을 것 같다. 단, 허리에 스모크밴딩이 들어간 디자인이 있는데 그건 입어보니 허리가 쫑기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배가 조이지 않길 원한다면 무조건 허리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고르시길...
보기에 너무 예뻐서 입어보니 허리는 쫑기고 심지어 옆구리라인은 다 무너져서 최악의 핏이 나왔다. (개인 체형 차이/취향 차이가 있으니 참고하세용...)
2차 문제 봉착
비만인에겐 남모를 영원한 숙제가 있다. 바로 허벅지 쓸림 이슈. 나는 평생 허벅지가 쓸려 고통받았다. 중고등학교 내내 교복 속에 거들 같은 속바지를 입었다. 맨질맨질하게 허벅지를 지켜줄 가드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학 다닐 땐 한여름 핫팬츠가 너무 입고 싶어서 고심하다 데오드란트를 썼다. 땀이 안 나면 허벅지가 쓸려도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엔 드리클로란 신세계를 만나기도 했었다.
다만 지금은 임신 중이니 드리클로 같은 약품은 쓸 수가 없다. 이런저런 불편함으로 속바지 생활을 해온 지 오래였는데, 원래 입던 속바지도 배가 조여 불편했다. 속바지만 두 달을 찾아 헤맨 것 같다...
비만 임부 속바지의 필요 요건
1. 가느다란 고무줄로 배가 조이지 않을 것.
2. 덥지 않은 소재일 것.
3. 너무 짧지 않아 허벅지를 잘 지켜줄 것.
슬프게도 완벽하게 마음에 차는 아이템은 아직 못 만났다. 임부용 레깅스도 검색해 봤지만 이 역시 대부분 보통 체격 여성을 위한 제품인 데다, 아무래도 레깅스는 두께가 있어 속바지용으로는 답답할 것 같았다.
현재 임신 4개월, 15주 차, 여름 초입에서 내가 그나마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다음 두 가지.
짱 얇고 짱 시원하고 정말 좋은데, 허리에 어쨌든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만삭까지 입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밑위가 약간 짧아 엉덩이 밑위가 모자란 느낌. 그래도 입고 있을 땐 세상 편안해서 가장 추천하고 싶다.
https://romistory.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67682&cate_no=100&display_group=1
이건 좀 독특한 제품인데, 아예 허벅지에만 쓰는 레이스 가드다. 밴드 위아래 실리콘 처리가 되어 있어 흘러내리지 않는데, 완벽히 편안하다고 하기는 좀 어렵다. 다만 배가 얼마나 부풀든 전혀 상관이 없는 디자인이라 막달까지 사용하기엔 무리가 없는 느낌이다. 레이스 소재라 맨질맨질 시원한 텐셀소재의 매력을 바랄 수는 없다. 어차피 속옷이니 솔기 부분을 살이 안 닿는 부분으로 돌려 입기를 추천. 한 번 입고 나갔더니 솔기 부분이 자극되어 약간 빨갛게 부어올랐다.
내가 너무 오래 고민하며 찾아 헤맨 아이템들이라 이렇게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정리해 올려둔다. 부디 비만 임부도 여름에 슬프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