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5개월 첫 여행
보름이가 우리 집에 오고 약 2달이 지나고 5차 접종까지 마친 후 우리는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기로 했다. 모두 어디에서 본 글을 보고 움직이게 된 것인데,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바다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반려견은 평생 바다를 모를 것이다." 였다.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맞아 반려견에게 세상은 보호자 밖에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호자를 기다리고 보호자가 산책을 시켜줄 때만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 이 글을 보고 나에게 강아지가 생긴다면 나는 바다도 섬도 제주도도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세상을 넓혀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위 의견에는 남편도 동의를 하였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강아지가 외출에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접종이 완료된 후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었다. 그 첫번째 여행지는 집에서 가까운 강화도였다.
첫 장거리 이동이니 우리는 각종 강아지와 여행하기 전에 꼭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체크했다.
멀미를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아침에 밥을 먹고 적어도 2~3시간 이후에 차를 탈 것.
장거리 이동 전에는 소변과 대변을 모두 볼 수 있도록 가벼운 산책을 할 것.
차 안에서도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 만들어주기
이동 중에도 환기를 자주하고, 자주 쉬어주기
그렇게 우리는 강화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날이 너무 좋은 10월, 서울 근교의 바다를 가는 것이니 차가 정말 많이 막혔었다. 평소 같으면 1시간 30분~2시간이면 갈 거리를 거의 3시간에 걸쳐서 동막해변에 도착했다. 동막해변에 도착한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보름이를 바다에 내려줬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했는데, 기대했던 것과 같이 보름이는 처음에 어색한 모래를 킁킁거리다가 신나게 뛰면서 좋아했다. 사람은 바다의 모레 위에서 걷는 것이 꽤나 어려운 편인데, 강아지는 너무도 쉽게, 그리고 한껏 상기된 상태로 해변을 뛰어다녔다. 산책 시에도 이렇게 신나게 뛰어다니지 않는데!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 보름이를 보고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연신 날리며 우리는 같이 뛰어다녔다.
대략 1시간을 뛰어다녔던 것 같다. 이후 배가 고파서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었다. 강화도에도 애견동반 식당이 있어서 예약하고 갈까 생각했으나, 남편이 예약하게 되면 시간에 맞춰서 가야하고, 보름이와 아직 식당을 가는 것은 민폐일것 같다며(보름이가 아직 어려서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가볍게 해결하자고 하였다.
우선 배고팠을 보름이의 점심을 해변의 벤치에서 먹인 후 우리는 동막해변 앞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과자, 새우튀김 등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강화도까지 와서 부실하게 먹은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연애때부터 결혼 후에도 강화도는 자주 왔던 곳이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고 우리에겐 보름이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우리는 허기를 달랬다. 바다 앞이라 그런지 컵라면 하나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라면을 먹은 후에도 해변에서 한동안 돌아다니고 차로 이동하기 전에 보름이 대소변 해결을 위해 산책을 했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모래사장 위 하얀 어린 강아지 보름이는 무엇보다 반짝이게 빛났고, 보는 사람마다 '우와'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귀여움을 내뿜었다. 우리 부부도 바다에서 한껏 신나하는 보름이를 보고 귀여워 어쩔줄을 몰랐다.
이후 애견동반이 가능한 카페로 이동하여 커피를 마시며 밀물을 한동안 바라보며 남편과 함께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보름이랑 다니면 놀러와서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할수도 있고, 식사 때를 놓칠 수도 있어 아무래도 강아지를 더 신경써야 하니까. 괜찮아? 라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우리는 모두 그 쯤은 괜찮아. 라는 말을 했었다.
우리 인생에 중요한 것들은 여러 개이다.
남편, 가족, 직장, 친구 등.. 하지만 강아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일한 가족인 우리가 전부이지 않은가? 우리가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하는 일이 매일도 아닐터인데, 그 동안이라도 보름이를 위한 시간을 보내자.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개엄마, 개아빠 같은 생각을 하며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름이는 처음으로 장거리 외출이었는지 완전 떡실신하여(ㅋㅋ)집에 실려왔었다. 차가 많이 막혔음에도 숙면을 취하더라.
보름이 견생 첫 여행. 강화도.
너의 세상을 우리가 넓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