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어난 그 꽃은

사계절이 담긴 잎을 따다가 병 속에 넣어

by 담설

짙은 늪 같은 물 위에서 태어나는 봉오리가 있다. 그 곁엔 뿌리를 물속에 깊게 내리고 살아가는

두툼한 잎새들이 있지. 어두침침한 그 수면 아래에 서로를 의지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들은 탁해지는 못을 맑게 정화하기도 하고, 따가운 태양빛으로부터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가려주기도 해. 널찍하고 억센 잎새에 맺힌 이슬은 약으로 쓰이고 때론 배곯은 이들의

허기를 달래주기도 하지. 그리 많은 이들이 이 꽃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허나 무슨 이유인지

그 얼굴을 아직 한번 비춰주질 않네. 그 아인 개화하지 않아.





이 세상에 날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내 곁에 옹기종기 항시 떠 있는 잎들과는 달리, 유일무이하게

맺혀있는 난. 날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기대감이 무서웠다. 내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꽃일까 봐.

이 드 넓은 연못, 난 모두의 기대와 염원을 받아 태어났다. 내가 맺힌 자리에 찾아와 저마다 소원을 빌고,

바램을 말해. 그들은 내가 개화하여 제들의 염원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난 사실 그렇게 대단한 꽃이

아니란 말이야.


그저 물과 생태를 맑게 만드는 것이야. 네 병을 말끔하게 고칠 순 없어. 그저 넓고 맨들 거리는 잎을 가진

것뿐이야. 네 아픔을 모두 품어줄 순 없어. 내 꽃잎은 은하수를 바른 듯 반짝이지 않을 거야. 그러나 나도

내 꽃 잎색을 알진 못해. 개화하지 못했으니까. 영원히 개화하지 않는다면 내게 실망하지 않지 않을까?

날 떠나가지 않지 않을까. 혼자 남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난 이제 내 진짜 색이 궁금해.




비통에 빠진 봉오리는 차가운 밤 홀로 부르르 떨고 있어. 그 작은 줄기에 짊어진 무게가 너무나도 버거워

보였다. 덜어주고 싶었다. 난 네 곁을 항상 지키고 널 위해 태어났으니까. 홀로 피어났으나 넌 혼자가

아니라고 말이야. "넌 혼자가 아닐 거야. 네 곁엔 항상 우리가 있고, 우린 널 위해서 태어났으니까. 네가

어떤 색을 띄는 우린 널 위해 존재해.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에게 기대도 좋아. 사실 그래주면

좋겠어. 수려하고 고귀한 널 보살피는 건 너무나도 영광스럽거든.".


달빛 속에서 잎이 속삭였다. 부르르 떨던 그 봉오린 더 이상 떨지 않고 편하고 일정하게 일렁인다.

고요함이 코 끝을 스치는 새벽 속, 봉오리에선 자그마한 파장이 일러. 축축하고 얇은 겉껍질을

스스로 갈라내고 갈래잎을 찬찬히 펼쳐내기 시작한다. 부끄러운 듯 천천히 펴지던 꽃잎은 연한 속잎이

모두 펼쳐지고 나서야 고개를 완전히 세웠다. 연분홍과 눈색이 섞여있는 그 연꽃은 밝아오는 일출과 함께

개화했다. 그건 마치 별빛을 바른 듯 반짝였고, 뭇을 정화해 내듯 맑았다. 아름드리 그 꽃 아래에 모두가

미소가 번져, 고개를 조아리며 평안을 품에 안았네.





문학 쓰는 연꽃이 이번화를 마지막으로 완결이 났습니다.

이때까지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조금 부족했던 글들 마저 주신 관심 하나하나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쓰고 자 늘 노력하겠습니다. 훗날 더 좋은 작품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담설-



수필 -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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