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눈 밭, 그 위에선

홀로 하염없이 누군갈 기다리는 그가

by 담설

어둠이 감도는 군청색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하얀 눈 설원. 그 위에 홀로 서 있는 짙은 나무 원목 오두막.

주위에 난 발자국 이라곤, 눈을 헤치고 그 안으로 들어간 듯 한 작은 발걸음 하나뿐. 다른 이는 없구나.

해가 지고 난 이곳엔 서리만 감돌뿐 어떤 온기도 존재하지 않네. 추위를 견디고 자, 굴뚝에서 연기가

조금씩 모락모락 올라오기 시작한다.


오두막의 주인은 작은 소년이야. 손이 시린지 벽난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쫴고 있네. 한참 동안

그리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쭉. 마치 잠에 빠진 듯한 얼굴을 하곤 눈을 즈려 감은 채.

얼마나 지났을 까. 이젠 추위가 많이 가셨을 텐데, 그는 여전히 떨고 있다. 허나 몸이 차진 않았다.

속에서 입김이 스며 나온다. 그러나 코가 빨갛게 번지진 않았다. 무엇이 이 소년을 시리게 만들고 있는가.


감고 있던 그의 눈이 살며시 떠지더니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벽난로에서 멀어진다. 그는 오두막 문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러더니 그 옆에 있는 창문을 활짝 열었어. 겨울밤의 찬 공기가 오두막으로 들이닥친다.

차가운 군청색 밤 향기가 그의 코 끝을 지난다. 허나, 방금까지 벽난로 뗀 불 앞에서 오들오들 떨던 소년이

더 이상 떨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몸은 점점 차진다. 찬 공기 속 눈이 반짝인다. 그러나 코가 빨갛게

세고 있다. 그를 떨게 했던 것은 겨울의 알싸한 추위가 아니었어.


그가 사랑했던 그 소녀는 노란 프리지아가 피던 계절, 그 오두막을 떠나갔다. 떠나기 전 그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곤 그렇게 속삭였었다. "흰 눈이 세상을 덮고, 밤하늘이 내 머리카락 색으로 덮인 날. 그 무렵쯤엔

돌아올 거야. 약속할게.". 그녀는 살짝 웃으며 눈망울 가득 찬 슬픔을 감추는 듯 고갤 돌리고 오두막을 떠났어.

멀리,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제비의 깃 같은 남청색 머리칼은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지. 소녀가 떠난 이후, 소년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얼어붙어 있었네.


소년을 얼게 했던 것은 찬 겨울바람이 아니었어. 오히려 그는 그를 녹여줄 겨울날을 기다려왔다.

겨울밤의 향기는 곧 소녀가 돌아올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거든. 소년은 그 추위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자신의 얼어붙은 외로움을 녹여 줄 그 밤공기에 안겨,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네. 오늘은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널 다시 끌어안을 수 있을까. 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줄 수 있을까. 이 밤하늘을 함께 볼 수 있을까.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며, 그저 너와 닮은 저 하늘을 홀로 쳐다본다.




수필 -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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