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35

by 조영미

비가 내린다
마른 가랑잎을
잠재우며 비가 내린다.

신열의 타는 가슴을
적셔주는 겨울비

슬퍼하면서도 슬퍼지 않다는
눈물이 흘러도 울지 않는다는
겨울비가
하얀 눈이 되어 내린다.

하얀 슬픔이
별꽃이 되어 내린다.
나목 위에
바위 위에
초록 이끼에
별꽃이 되어 앉는다.

하늘이 하얗게 웃고
눈은 나무 사이로 구름처럼 흘러간다
나목 위에 눈꽃이 되어 내린다.
그 웃음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그 속엔 누군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무엇인가 나를 바라보고 서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만질 수 있었다.
잊혀져 가는 모든 것들을

눈을 마신다.
가랑가랑 부서져내리는 마른 가슴
적셔주는 눈을
혀가 시리도록 마셔본다.

차창에 다가오는 그리움 그리며
겨울 볕 사이로 손 내밀어
만져본 잠시 잃어버린 시간

그대 따스한 정성
눈물로 흐르던 그 자욱 위에
아름다운 세월로 꼭 묶어두리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 뜨거운 가슴
외면한 야속한 바람아

나를 잊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 둘까요

오늘 또 달려왔어요
내 죽도록 사랑하는 정열
숨 쉬는 하늘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 남아
속내 흐르는 수액
다 그대 뿌리로 흐르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대 幻影을 더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