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세월의 뒤안길 - 추억 소환 42

by 조영미

하늘을 가득 메우고

함빡 눈이 내린다

하늘하늘 춤을 추면서

웃음꽃이 내린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은

내가 서 있는 우산 속뿐이다.


빈 가슴 나목 위에도

매연에 찌든 관목 위에도

눈이 쌓인다.

사뿐히 내려앉는 저 몸사위

팽팽히 맞선 세월은 녹이고

절절한 인연들은 쌓이고 또 쌓이고


눈이 쌓이지 않는 곳은

내가 서있는 이곳뿐이다.

의식의 우산을 드리웠기에


버스를 기다리며

한 곳을 응시하는 눈빛들이

제각기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만

한결같은 것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넓은 선산 벌은 눈 바다였다

하늘과 경계도 없어

눈 바다는 하늘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눈 바다엔 사람이 없었다.

날개 달린 천사들만 있었다

눈 바다로 가야겠다

가서

백설보다 더 순결함을 잉태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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