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지친 마음..
병상에서의 여덟 번째 날.
아침 회진은 여느 날처럼 간호사 회진으로 시작됐다.
익숙한 손길로 복부에 심박수 측정기를 대던 간호사가 갑자기 멈칫했다.
“심장 박동 소리가… 안 들리네요? 잠시만요. 다른 각도에서 확인해볼게요.”
순간, 가슴 한쪽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숨을 참으며 기다렸다.
“계속 소리가 안 들리네요? 잠시만요. 좀 더 밑에서 들어볼게요.”
‘아기가 작아서 그럴 수 있다’며 젤을 더 발랐다. 다시 기계를 움직이는 손길이 다급해졌다.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젤을 덧바르고, 다시 대보고 또 대보아도 배터리를 교체해봐도…
그토록 익숙했던 ‘와우와우와우’ 소리는 끝내 들리지 않았다. 정적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은 비명을 지르듯 무너져 내렸다.
“이상하네요… 정밀 측정기를 다시 가져올게요.”
간호사의 목소리는 떨렸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서둘러 방을 나갔다.
참았던 눈물을 조용히 흘렸다.
“새싹아… 지금까지 잘 버텨줬잖아.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무서웠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얼마 후, 정밀 기계가 들고 간호사가 돌아왔다 이리 저리 훑어도 안 들린다. 간호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정말 안 들리네요… 왜 이러지…”
“제가 수간호사님 불러 올게요. 제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죄송해요…” 그 말에 더 불안해졌다.
간호사는 서둘러 나갔고, 얼마 후, 수간호사님이 들어오셨다.
배 위를 천천히, 집요하게 훑는다.
그런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기가 작아서 잘 안 잡히는 걸 수도 있어요.
“태동은요?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죠?”
“어제요.. 어제 저녁 쯤인가?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
무겁고 차가운 공기가 병실을 가득 채웠다.
“안 되겠어요. 원장님 모셔야겠어요. 지금 분만실로 내려갑시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간호사 몇 명이 함께 내 침대를 밀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새하얗고,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 났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새싹이… 진짜 보내줘야 할지도 몰라. 엄마, 새싹이 죽어도 너무 실망하지 마…” 말을 꺼내는 내 입술이 덜덜 떨렸다.
엄마는 말없이 내 손을 꼭 붙잡아줬다.
나는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싹이 심장소리 안 들려… 지금 분만실로 가고 있어…”
분만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엄마와 분리되었다. 오롯이 혼자서 고통을 마주했다
차가운 분만실, 휘청이는 조명 아래… 숨이 막혔다.
눈물은 뜨겁게 흘러내리는데, 몸은 너무 차가워 떨렸다.
의사 선생님이 배를 문지르며 물었다. “얼마나 안 들렸죠?”
“30분 넘은 것 같아요…”
화면을 뚫어지게 보더니,
“…심장은… 뛰고 있어요. 느리긴 하지만 100 이상이니까 아직 정상이에요.”
순간,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원래 새싹이의 심박수는 150~160.
그런데 지금은 110. 하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말없이 버티고 있었다.
남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새싹이… 살아 있어…”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혹시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심장이 멈췄던 건 아닐까. 새싹이가 고통 속에 잠깐이라도 있었던 건 아닐까.
불안이 꼬리를 물고 마음을 짓눌렀다.
저녁도, 물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새싹이에게 해가 될까 봐 억지로 밥을 넘겼다. 과일도, 간식도, 물도… 눈물을 참으며 꾹꾹 밀어 넣었다.
엄마는 조용히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우리 돌쇠… 오늘도 잘 버텨줬네."
“은새야, 너도 정말 잘하고 있어.”
나는 그제야 잠시 눈을 감고 쉴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너무 길었고, 너무 무서웠고, 너무 힘들었다.
눈물이 마를 틈도 없었다.
누구에게도 다 털어놓을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에 쌓이고 또 쌓였다.
오늘 같은 날이 다시는 오질 않길 그저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