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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주, 크리스마스의 작은 기적

말구유의 예수님처럼, 작은 빛으로 살아가길..

by 새싹맘

양수가 터진 지 어느덧 열흘째.

오늘은 새싹이가 21주를 채운 날이다.


22주가 되어야 태아의 최소 생존 주수라 하고, 23주까지만 버티면 대학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이제 이곳에서 단 2주만, 그 짧고도 긴 시간을 버티면 된다.


오늘부터 주치의 선생님은 휴가다.
매일 아침 회진마다 내 손을 꼭 잡고 “새싹이가 잘 버틸 거예요” 하며 건네던 따뜻한 말…

그 한마디에 하루를 버틸 힘을 얻곤 했는데, 오늘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지 않는다.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던 선생님의 눈빛이 아직도 선하다. 그래도 믿는다. 주님께서 우리 새싹이를 친히 지켜주실 거라는 것을. 오늘만큼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허락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병실에서 태교 음악으로 파이디온의 찬양 “그 어린 주 예수.”를 아마 천 번도 넘게 들었을 것이다.

“그 귀하신 몸이 구유에 있네… 주 예수 내 곁에 가까이 계셔… 그 한 없는 사랑 늘 베푸시고… 온 세상 아기들 다 품어주사, 주 품안에 안겨 살게 하소서”


오늘은 그 가사가 더 깊이 마음을 파고든다. 예수님도 가장 낮고 불편한 자리에 아기로 태어나셨다. 그렇다면 새싹이의 눈물과 고통도 아시고, 새싹이 또한 주님의 품 안에 꼭 안겨 보호받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는 순간, 불안으로 어두웠던 마음이 잔잔한 평안으로 덮인다.


오늘은 부모님과 남동생이 병문안을 온다.
머리는 열흘째 감지 못했고, 얼굴은 부스스하지만,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환해진다.

아빠는 병원 밥에 지친 딸을 위해 갈비탕을 사오신다고 했다. 따끈한 국물 한 숟가락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풀리고 눈물이 핑 돈다.


아빠는 여전히 잊지 않고 새싹이를 위해 축복기도를 드리신다.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잘 먹어야 돼…” 짧은 한마디를 하셨지만, 그 속에 모든 사랑과 걱정이 담겨 있다는 걸 안다.

남동생은 부스스한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눈빛을 지었지만, 매일 새벽마다 회사 기도실에 가서 기도하고 있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나를 토닥여 주었다. 그 말에 또다시 눈물이 났다. 가족 모두가 믿음으로 이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남편은 오늘 내 곁에 함께 누워 넷플릭스를 봐 주었다. 피곤했는지 보다가 졸고, 또 다시 보기를 반복했지만, 그 모습마저 고마웠고, 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커튼이 내려진 조용한 병실, 가족들이 돌아간 뒤 남편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새싹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단단히 움켜쥐고 있던 마음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며 눈물이 났다. 새싹이도 그 온기를 느꼈을까? 엄마 아빠 심장이 겹쳐 뛰는 그 포근함 속에서, 너는 조금이나마 편안했을까?


오늘 하루도 여전히 병실에 갇혀 피와 양수를 흘려내야 했지만, 가족의 사랑과 기도, 남편의 온기, 그리고 주님의 은혜가 나를 감싸 안았다. 병실 안, 좁은 침대 위였지만 마음만은 세상에서 가장 넓고 따뜻한 품에 안긴 듯했다.


새싹아, 오늘도 고맙다.
네가 버텨주는 하루가 곧 우리 가족의 기적이 된단다.

엄마는 네가 참으로 대견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럽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예수님이 가장 낮고 좁은 구유에 태어나셨듯, 너도 이 어려운 상황에서 작은 빛을 내며 살아 있구나…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너는 이미 우리 가정과 세상을 밝히는 작은 빛이란다.

엄마는 그 빛을 오늘도 두 손 모아 품고 있음에 감사하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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