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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 수치 2.2, 550그램의 진단서

낙관하기 어렵다는 그말에도.. 삼켜지지 않는 한입

by 새싹맘

양수가 터진 지 열다섯째 되는 날.

오늘은 새싹이의 크기와 양수량을 확인하는 초음파가 있는 날이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려니, 잠깐 앉아 있는 그 짧은 시간마저 죄스럽다.
몸을 일으킬 때마다 양수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그 감촉만으로도 가슴이 쪼그라든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새싹이는 550그램.

한 주간 평균 체중 증가량에 반 밖에 미치지 못했다.

일주일 전보다 고작 50그램이 늘었을 뿐이었다.

양수 수치는 2.2.
지난주보다 또 줄었다.


선생님은 한참 동안 초음파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 말이 귓속에서 오래도록 맴돌았다.
늘 긍정적인 말로 나를 안심시키던 분이기에, 그 짧은 문장이 오히려 더 무겁게 가슴을 눌렀다.

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양수는 줄고, 새싹이는 자라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버티는 싸움인데,

이 싸움의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다.

병실로 돌아오자 억지로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싹이가 조금이라도 자라려면, 내가 먹어야 했다.
입맛이 없어도, 체기가 올라와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소갈비를 한입 베어 물자, 목구멍이 막혔다.
삼켜지지 않는 고기 덩어리처럼, 내 마음도 막혀 있었다.

닭가슴살을 가져오라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그거 또 먹을 거야? 너무 퍽퍽하잖아. 해장국 사갈게.”
남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지금은 뭐라도 바로 먹어야 돼.”
남편이 퇴근하고 해장국을 사 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나에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싹이는 자라고, 혹은 버티고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마지막 한입은 삼키지 못했다.
위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억지로 먹으려던 숟가락이 공중에서 멈췄고,
그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체해서도, 슬퍼서도 아니었다.
더 먹을 수 없는 내 몸의 한계,
그 한계를 넘지 못하는 내 무력감이 너무 미웠다.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라.”
며칠 전, 그렇게 다짐했었다.
내가 하는 일은 그저 몸을 누이고, 그분이 생명을 자라게 하신다고 믿는 것뿐이라고.
그런데 오늘은 그 믿음조차 버거웠다.
양수도 없는 자궁에서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답이 없다.


밤이 깊었다.
새싹이는 여전히 내 안에서 작은 움직임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 미세한 움직임 하나가 내 심장을 쥐어짠다.
“미안해… 엄마가 더 잘 못해서 미안해…”

나는 그렇게 속삭이다가, 어느새 또 하나님께 매달렸다.
“주님, 제게 궁휼을 베풀어주세요.
새싹이를 지켜주세요. 제가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눈물로 적신 이 땅에서 새싹이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음으로 바라볼 때,
그분이 지금도 이 생명을 붙잡고 계신다.

오늘은 그렇게, 또 하루를 버텼다.
새싹이를 품은 엄마로, 믿음을 붙잡은 한 사람으로.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자라게 하시는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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