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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Dec 29. 2022

나는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a를 찾는 중

        

a는 간지러움, 부드러운 입벌림이다, ㅏ, [a:]

곳곳에 들러붙은 까풀이며 호소하는 목소리

감탄이자 비탄, 짜증이고 틱tic이다

a는 자주 끄덕임을 동반하여 열린다

잡았구나 하면 a는 닫히고 질문은 바뀐다 

깊은 울림, 여운도 남지만 오리무중     

 

벼룩처럼 따끔히 물고 통통 달아난다

그게 뭐라고, 그런데 무척이나 성가시다 

a에서 시작되는 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파벳의 첫소리 a라고 해도 맞다 

나를 움직이는 원인이자 핵, 동인動因

내 안에 있으나 나를 능가하는 것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 

본질은커녕 형태조차 없는     


전체를 흔드는 비늘 조각 

환희와 매혹으로, 둔탁한 평화나 불안으로

수시로 꼼지락거리며 아득히 신호를 보내는

기억되기를 요구하며 존재를 알리는 그것 

슬쩍 꼬리를 보이다 사라지는 것

맞다, a는 돼지꼬리다 

꼬여 있어 제 모습을 보기 어렵고

잡기 무섭게 손가락 사이로 빠지며 

반짝, 하는 아갈마agalma!     


자못 신비롭고 대단한 것 같지만 

근원적 질문이자 소급적 사유를 위한 도구일 뿐

집 지은 다음에 뜯어내야 하는 비계飛階, a!

살기 위해 노력하도록 밀어붙이는가 하면 

과대자기, 의존성, 강박, 편집, 우울의 권력 

욕망과 창조로 길을 트는 힘이자 휨

나르시시즘, 도착, 수치심, 분열시키는 힘

나를 지배 조종하고 작동시키는 것 

멋드러지게 하는 동시에 비루하게 만드는 그것

갖은 의미로 설명한 이후에도 남는 찌꺼기 

똥 누고 닦지 않는 기분을 일으키는 그것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더욱이 우리를 미치게 하는 사실은 

그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아무 짓도 

한 바 없다는 것, 무죄다 

그런데 한없이 유죄로 선고받는다 

모든 게 내 탓이며 책임을 요구당한다

그토록 사랑에 빠지는 통로 a 

진정한 내 것, 너무 사랑하여

사랑하기를 그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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