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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Jan 12. 2023

그러나 희망은 가속된다

내가 만드는 질서

       - <희망> 프레데릭 와츠. 테이트브리튼미술관. 런던

       - <증기속도> 윌리엄 터너. 런던국립미술관

       - <눈보라 속의 증기선> 윌리엄 터너. 테이트브리튼미술관. 런던     


희망 앞에 서서 

없는 희망을 찾아 서성인다 

구걸하는 희망, 아픔으로 끝나는 

실낱같은 희망에도 

안절부절하지 않는다 

희망 속에 있는다 

희망이 되어 본다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느끼면서 

정밀한 기쁨 속에 있다, 자기구원 

점 하나로 응축되어 문을 두드린다 

부르델의 ‘고통’과 고흐의 ‘슬픔’도 함께

무관심처럼 잠겨 있다, 문은 열릴 것이다

눈보라 속의 증기선 같이 젖는다 

꼼짝없이 기대어 든든하게 기다린다      


증기에 속도라니 

터너는 형상 없음을 그렸다

인과성도 의미화도 아니다 

희망도 그러하다

무시간성을 느껴볼 뿐 다만 희망 속에 있는다 

구름과 하늘에 취하는 희망

그게 그것 같은 안개며 구름이고 하늘

대상이랄 뚜렷함이 없다는 사실이 아득하다 

허허로운 찬탄일 때도 있다 희망이 그러하다     


그러나 희망은 

비·증기·속도로 몸을 적신다 

비·안개·증기·구름처럼 가속된다 

무정형의 것들이 일으키는 

순간의 효과는 영원이다 

형상을 찾으려 하지 않는 

어지러운 질서로 터너를 새로이 만난다 

엄청난 희망이다, 내가 만드는 질서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나, 내 안에 있다


<희망> 프레데릭 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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