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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이 Jan 21. 2023

아름다운 혼돈 고요한 폭발

충동, 서로를 를 낳으며 증식하는

   - <사이프러스 두 그루> 빈센트 반 고호.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

   - <올리브숲> 빈센트 반 고호. 반고흐미술관. 암스테르담     


한 개 해바라기 씨에서 시작된 

고흐의 작은 선들은 직선에서 곡선으로 

짧고 굵게 서로를 만들며 움직여 갔다 

자신을 주장하되 어울림을 마다 않고 

굼실대며 나아가고 끊임없이 피어 오른다

면 같은 선들이 부피를 가지고 증폭된다

소용돌이 하늘과 별과 태양과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된다      


사이프러스가 일으키는 회오리*

부르고 답하는 무한 상승의 어루만짐 

서로를 낳으며 증식하는 잎새들 

딛고 받치며 밀어주는 가지들 

공격하듯 일렁이는 낱낱 생명들 

녹색 불꽃을 품으며 끌어올리는 하늘 

새로운 세계, 그 장렬한 의지를 본다 

어린 내게는 오직 혼란이고 어지러움이었던!

힘찬 이동, 이행을 충동질하는 힘 

이글대기를 멈추지 않는 힘      


고흐는 충동이다 무한 박동이다

지문 같은 선들은 서로를 타고 오르며

꿈틀대기를 멈추지 않는다

변화중이며 생성중인 작은 곡선들 

선은 선들을 낳고 색들은 색을 낳는다 

빙글빙글 돌면서 추동하고 추구한다 

타오르는 실행 의지, 자리 바꾸기

새로운 길트임, 유혹당하는 기쁨       


꺄르르 떼지어 춤추는 올리브나무들 

시내처럼 흐르는 올리브 숲의 합창 

흙바닥을 갈아엎는 힘찬 뿌리들

대지를 헤엄쳐 함성을 지르며 달려간다

봄바람 같은 메아리가 저릿저릿 흔든다

내게 필요한 게 온다, 뭔가 하고 싶다 

팽팽한 충족감 팔다리에 피가 돈다


혼자도 얼마든지 호흡할 수 있겠다 

약동하듯 방사되는 따뜻한 기운

아름다움에 부대끼는 아둔한 영혼의 몸살

후르르 등뼈를 맞추며 고개를 세운다

탄생의 의미가 빛다발처럼 쏟아진다  

고흐를 떠날 수 있게 되려나 보다     

참으로 아름다운 혼돈 고요한 폭발


                                                                                                                                           

*‘내부에서 극도로 높아져서 실신에 이르도록 나를 휘어잡는 감동’이라고 고호가 말한 자연은 특히 사이프러스다      



<올리브나무들> 뉴욕현대미술관












<올리브 숲> 반고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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