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여섯을

말에 따라 집은 완성되었다

by 박경이


뉴욕에서 다니러 온 영주가 두 아들 데리고 우리집에 왔다.

오자마자 밭으로 가더니 상추 따고 고추 딴다.

개 좋아하는 아이들이 하도 조르기에 소리 목줄을 맡겼더니

‘꼭 잡아야 한다’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소리는 길 따라 내달려 눈앞에서 사라졌다.

소리가 뛰자마자 어리둥절 뽕띠도 뛴다. 열 살짜리 형제도 뛰어간다.

나도 뛰다가 곧 멈춘다. 개는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

그러나 몽글몽글 뭉쳐오르는 불안감,을 떼어냈다.

두 녀석은 분명히 강아지들을 데리고 씩씩하게 돌아올 거다.

영주야, 걱정 말고 기다려 봐.


20여분 후, 고물고물 걱정이 솟아오를 때, 영주가 대문을 나서려는 찰나,

왁자지껄, 두 녀석은 소리의 목줄 한 끝에 뽕띠도 나란히 매어 앞세우고 입성 완료! 와~~

“너희들 분명히 데리고 올 줄 알았어. 잘~ 했다.”

의기양양! 물땀 흐르는 빨간 얼굴에 폭풍 호흡이, 전투가 치열했음을 알린다.

“너무 힘들었어요. 저 아래 길 갈라지는 데서 어떤 할아버지한테 도와달라고 소리 질렀더니 잡아주셨어요.”

“겁났어요. 길 몰라서 조금 걱정했지만 왔어요.”

“잘 왔다. 도와달라고 소리친 건 더 잘했어.”

개는 길을 알지. 개 따라 온 거지.

한국 온지 며칠 만에 남의 동네에서 이런 승리를 경험했으니

잊지 못할 여행, 두고두고 자랑거리 될 것이다.

동네 맛집에서 오리훈제를 먹었다. 개선용사들이 말한다.

“최고로 맛있는 오리예요!”


은희가 또래 두 딸래미 데리고 와서 합류하자 집에 푸른 기운이 넘실넘실, 정말 사람 소리만으로 가득한 집, 안팎으로 발소리 울리는 진짜 집이 되었다. 사위에 손자손녀 생기면 이렇겠구나, 눈이 반짝, 상상 불가이던 광경이 순식간에 실현된 것 같다. 빵이며 과일이며 담고 깎는 손이 바쁘다. 내가는 접시마다 순식간에 비니 처음부터 빈 접시를 나열해 놓은 것만 같아 미안스러울 정도. 선생님이 만드신 보리수잼 맛있어요~ 참외가 달아요, 품평에 표현까지 예쁘다. 그래그래 고맙다, 아이들이 이렇게 잘 먹던가. 먹는 모습이 이리 사랑스럽던가. 할머니 되어도 좋겠다.


작은 사람 여섯을 태운 차는 10시 정각에 떠났다. 삽시에 집이 빈다. 우리집이 엄청 넓네, 하늘 어둠이 들어와 채우네.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순간이구나. 모든 소리가 정지되고 스며들고 가라앉는다. 만남도 헤어짐도 참으로 잠깐이구나.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니 놓이는 마음 자리에 허전함이 두텁다. 길에 있을 때는 생각만으로도 여섯 사람을 끌어올 수 있었는데... 더이상 아니구나, 저희들 있을 곳에 갔구나. 은희네서 이야기는 새로 무르익겠구나. 내년에는 우리집에서 모두 하룻밤 재울 수 있으려나. 다락에 크고 작은 아이 여섯을 뉘어 본다. 밤이 깊다.


이 밤에 집에 온 두루가 빈 집을 단번에 메운다.

다락에서 잔다고 올라간다, 나무 계단 따라 발소리 들린다.

“와~ 팬션 같아. 개구리 합창에 물 흐르는 소리에 새소리. 엄마, 완벽해.”

말에 따라 집은 완성되었다, 노랑주황 불빛 색을 입고.

숨소리도 없이 다락이 높아지는 듯,

3층 4층 5층 6층 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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