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아이는 들판으로 나갔다
봄날의 들판에는 어린 날의 추억과 함께 살아왔다는 씨앗들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들은 늘 언제나 분홍아이와 함께 하였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 위로
길섶마다 자고 일어나면 뿌려지는 봄이슬과 함께 감추어진 꽃씨들이 피어나고파 몸부림을 치고
소리치며 외쳐 대었다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꽃씨들은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치는 분홍원피스를 바라보며
그들에게 이름을 불러 달라고 애타게 손짓을 하였다 진달래 동산을 지나던 분홍아이를 불렀다
너무 무심했나 보다
무심했던 나를 용서해 줘 "꽃아 "
진달래 동산에서 굴러 떨어진 아이는
얼굴이 창백한 채 이마에 피를 흘리며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당숙이 황급히 달려와서 피투성이가 된
분홍아이를 업고 마을회관으로 뛰어갔다
도시공원을 거닐며 추억 속 소녀 작가는
진달래 꽃이 피던 산언덕의 분홍아이였던 시절
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공원을 거니는 오늘도 그때 그 순간의 일들이
새로운 봄과 함께 마음의 지평선 저 너머에 보였다
변치 않는 "꽃"이라는 이름으로
갸느리고 예쁜 몸짓으로 언제나
씨앗들의 행진을 숨죽여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 산 너머 호숫가의 꽃들로 불리던 꽃들의 이름은
"진달래"
"민들레"
"개나리"
"채송화"
"도라지 "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였었단다
새싹은 너무나도 똑같아 보여 이름이 떠 오르지 않구나
꽃이름을 나름대로 붙여서 새로운 이름으로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색 이름으로 너희들을 부르고 싶어 진단다
어린 날의 꽃들녘 위로 그리움이 밀려오면
겨울화분 속 해묵은 꽃씨 봉지를 찾았다
새봄맞이 대청소를 하기 위해 딸들이 찾아왔다
아끼며 숨겨두었던 해묵은 씨앗 봉지를 엄마의 쓰레기 봉지로 착각하며 버렸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약장서랍 속 헌신문지에 둘러싸여 무지갯빛으로 고이 숨어 있었다
너라는 순수꽃이름으로 그냥 뭉뚱거려서
"꽃 씨 ""
라고 부르며 올봄에는 잊지 않고 흙속에 뿌려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꽃 샘 추위가 찾아왔다
봄햇살이 찾아오는 따스한 화분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준다
'내일은 오늘 보다 더 따뜻하게 씨앗들이 행진하기
좋은 날이 되겠구나"
진달래동산의 분홍아이를 그렸다
#홍영주의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