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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Oct 27. 2024

너에게서 떠나는 길

힘든 시간들이지만 난 웃을 수 있어

언제까지나 나를 믿고 사랑할 네가 있잖아


저기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 너의 시선을 느껴

놓치지 않아 바로 지금이야!


그 시절 잊고 있던 그 시간이 밀물처럼 밀려와 잠시 머무른 곳.


한때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그 시절 너와 나의 모습은 찰나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시절 내 손을 잡은, 네 손에서 느껴졌던 따스한 체온. 손 끝에서 느껴지던 네 떨림. 그 영겁과도 같았던 찰나. 그 불멸과도 같은 시간, 너와 내가 느꼈던 감정들 모두, 이 썰물과 함께 빠져나가겠지만, 모든 게 사라진 자리에 너와 내가 남기고 간 그리움이 남아있기에.. 후회는 없다.


가끔, 목구멍 끝까지 밀려오는 파도에 숨을 쉴 수 없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미련은 없다.


언제나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내 조그마한 슬픔을 초라하게 느끼게 만들 정도로 넓으니까. 언젠가 다시 우리의 시간을 거센 파도와 함께 덮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우린 이곳에 함께 있을 테니까..


슬램덩크, 그 장소에 간 순간은 그렇게 실감 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수선했다. 왜냐하면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진 찍겠다고 몰려있고. 경찰? 들은 그런 사람들을 통제한다며, 일본어로 뭐라 뭐라 크게 외치시고. 그 와중에 일본어를 모르는 관광객들한테 일본어를 하시는 경찰관님을 보며, 속으로 여러 생각들이 들었더랬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런 생각이 주였다.


고생이 많으시다..


그래서, 당시에는 그저 복잡해서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앞에 펼쳐졌던 바닷가가 인상적이었다.


유난히 푸른 하늘이었고, 그 하늘 아래 어우러지는 바다여서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거 같았다.

오히려, 슬램덩크 배경지가 아닌, 다른 곳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아름다웠고, 소박했다. 뭔가 낭만이라는 느낌이 들었달까? 꿈, 청춘에 어울릴법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왜 유독 청춘이 많이 생각났을까.. 그러다가 글을 쓰면서 사진 자료를 확인하던 중 깨닫게 되었다.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슬램덩크 때문이었다는 걸..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야 비로소 당시에는 못 느꼈던 감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뒤늦게서야 여운에 젖어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슬램덩크를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슬램덩크에서 청춘을 떠올리는 이유는..


시대 때문이 아닐까.. 슬램덩크를 처음 알게 되고, 친구들로부터 들어왔던 그 시절..

우정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고..

정의가 반드시 악을 이길 줄 알았던, 순수의 시대..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생각의 차이 때문에 적이 되는 걸 상상조차 못 했던 시절..


그 순간 하나하나마다 실은 슬램덩크가 늘 있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마다 너와 나의 청춘도 있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시절..

친구에게 미안한 일을 했으면, 자존심 상관없이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던 시간.. 그러나, 이곳에 이른 순간에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망각하고 있었을 뿐, 언제나 내 마음속에는 있었음을..



이곳은 이런 마음과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런 마을이었다.


슬램덩크의 배경지가 아닌,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동경 등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신비한 매력이 있는 마을이었다. 그래서, 더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동네 곳곳을 새로 답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다.


장소는 곧 그 작품의 분위기와 정서를 나타내기 마련이다. 이것으로 보아, 분명 이 동네를 무대로 한 슬램덩크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일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도 했다.


그래서, 나중에 슬램덩크를 정주행 할 것을 다짐하면서~~


여러 장의 사진과 여러 번의 영상을 찍고 나서, 우린 다시 가마쿠라역으로 향했다...


가마쿠라역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밀집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여름날 오후가 만들어낸 열기와 열차 안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기가 한데 어우러져 사우나 못지않은 더위를 우리에게 선사하였고. 그 뜨거움에 나는 물론, 진도 모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나마, 진은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신나 보였다. 왜냐?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린 가마쿠라 관광에 다음은 어딜 갈까? 고민하던 중, 그냥 내일 가려고 했던 아키하바라를 가버리자는 즉흥 결정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키하바라를 무척이나 열렬히 짝사랑하는 중인 진으로서는 오히려 좋아~~~

그러나 한편으로는 슬램덩크의 고장인 가마쿠라와 그런 슬램덩크 피규어들을 파는 아키하바라라... 뭔가 매끄러운 전개인 거 같기도 하고.. 그치 신디???


그리고 신디를 본 순간, 신디는 두 눈에서 동공이 풀린 채, 새하얬던 그녀의 피부는 어느새 붉은 기운으로 가득 차있었다. 입은 반쯤 열린 채, 나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시... 신디??"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 나도 더워...

내 피부 위를 덧칠한 선크림이 증발해 버린 거 안 보이니???


그러나, 나를 가만히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이 내 뇌리를 가득 메웠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나.


그.. 그만!!!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가마쿠라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짠~~~


너를 위해 준비한 초콜릿 뱅크~~~~~

참으로 시의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카페가 없을까? 하고 가마쿠라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구글 맵으로 열심히 찾아봤었는데, 초콜릿 뱅크라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서 빙수를 시켰던 것이다.


신디의 말에 따르면, 맛은 그렇게 없었..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일단, 그녀가 더위로부터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거지~


진짜, 7말 8초의 일본을 가려면, 아이스크림은 꼭 챙기시기를...


상상 그 이상의 더위를 보실 겁니다.. 정말로!!! 그리고 이 더위는 정말이지, 정신과 영혼, 육신과 멘탈, 선크림 모든 것을 앗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배고픔까지도..


이상하리만큼 내내 배고팠었고, 이 초콜릿 빙수를 먹었던 순간조차도 배고팠었다. 끊임없이 배고팠었다는 건데, 이 모든 게 더위 때문인가? 란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였달까?


아무튼, 이렇게 카페에서 더위를 식힌 우리는 그토록 진이 가고 싶어 했던, 실은 나도 무척이나 궁금했고 가고 싶어 했던, 아카하바라로 향했다~~~~



그러나, 그전에 아키하바라로 향하는 열차에서 이상한 일을 겪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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