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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Oct 20. 2024

그 해 여름


따사로운 햇살이 싸늘한 밤공기로 다가와 내 살결을 스치는 듯했을 때.. 내 앞에 보이는 푸른 하늘이 회색 짙은 장맛비가 되어 나에게로 쏟아지는 듯했을 때.. 지금 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거리 위에서 아우성치는 자동차 소음이 순간의 바람에 흡수되어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때.. 나는 마치 길이라도 잃은 듯이 눈물을 흘린 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불어오던 바람의 끝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봄의 따스함. 그리고 바람의 개기일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돋아나는 소음. 그리고 울고 있던 나의 앞에 그의 손길이 있었다..


나는 내 앞에서 미소 지은 채 서있는 두 남자를 응시하며 신디에게 말했다.


"신디..??? 이 사람들,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니??"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가주신다는 거 같아~"


그 두 남자는 웃으며 길을 나섰고. 머뭇대는 우리를 보며 손짓으로 오라고 하였다. 이에 우리는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새어 나오는 그런 극한의 더위였다. 그 강렬한 어느 날, 이 두 사람은 길을 모르는, 낯선 어느 이방인들을 위해 이런 수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나는 너무 감사했다. 이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일본인가??


한국인들을 향해 혐한의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극우 세력들. 그리고 독도가 아직도 일본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모습.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그런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부 일본인들의 모습. 그리고 마냥 순박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 


내가 감히 말하건대, 실은 진짜 일본은 그런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러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던 나. 갑자기 개그를 치고 싶었다. 이에 신디에게 말했다.


"신디, 나 저 사람들한테 개그.. "


"응! 안돼! 하지 마!"


"나,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아재 개그 할거 다 알아~~~~ 나 부끄럽게 하지 말고~~ 자제해~"


신디는 역시나 아재 개그치고 싶은 나의 개그 본능을 알고 있었고. 그런 나를 말리려 했으나, 내가 누군가!! 한다고 마음먹었으면 반드시 하는 내가 아닌가!! 이에 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


"Im Korean~~~ ah hahahaha ~~~ Not North Korean~~~"


북한은 North Korea고, 남한은 South Korea인데, 그냥 Korean이라고 말할 경우 남한과 북한 중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건지 외국인들이 들었을 때 혼동이 올 수 이... 됐다..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은 생략하자..(신디에게 혼날 소리...) 나는 진심으로 빵 터지는 개그일 줄 알았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큭큭 대며, 말로 내뱉었던 거고. 그런 나의 말에 신디는 입을 꽉 다물며 고개를 절레절레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말에 그들이 웃으며 대답한 게 예상치 못했으니~~


"Oh~~~~ Paris~~~ They were wrong~~~"


아.. 파리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잘못 소개했던 일을 말한 걸로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신디는 크게 웃었고. 나는 겸연쩍어하면서 그저 웃고 말았다... 우수.. 지.. 마~~~ 신디~~~!! 

나.. 나는 그걸 의.. 의도했다고~~~


그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어느새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들은 우릴 그곳으로 데려다주면서 좋은 여행 되라는 말과 함께 다시 왔던 길로 유유히 가시는데, 그러한 그들의 따스함과 친절에 나는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일본인들은 혐한이 있거나, 외국인들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여행을 갔을 때는 오히려 그런 이미지들은 선입견이 아니었을까? 란 생각을 가지게 되는 연속이었던 거 같았다.


오히려, 그들이 외국인들을 혐오하게 만든 건 우리들이 아니었을까.. 나라는 다르더라도 사람들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는 틀렸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다름에 따라, 그 나라의 국민성도 다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인은 순종적이다.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그 어떠한 행동을 하던, 그 행동이 옳든 옳지 않든 순종하는 그런 성격. 또한, 질서 정연! 꼼꼼하면서도 디테일이 있는 질서 정연! 그런 민족성을 가진 그들에게 질서가 흐트러진 모습을 자주 보이면, 그들 입장에서 봤을 때 외국인들이 싫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이건 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이 얘기는 좀 더 다각적인 입장에서 배경 지식을 사전에 탑재한 상태에서 논해야 할 거 같아서. 


그냥, 아사쿠사 가는 길을 헤매 길을 잃었던 우리들에게 직접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어느 친절한 일본인 두 남자에게 감동을 받았던, 한 남자의 주저리주저리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아무튼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서 아사쿠사까지 가는 버스를 탄 우리는 한 10분 정도 후에 내려서 아사쿠사 근처에 도착!!


거리를 거닐면서, 무더운 하늘 아래 서서히 익어가는 서로의 피부를 보며 아사쿠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구글 지도를 켠 채, 아사쿠사를 향해 걷고 있었고. 진과 신디는 그런 내 뒤를 따라 걷기를 5분? 그 정도의 시간 후에 드디어 우리 앞에 아사쿠사가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사쿠사.. 

10년 전쯤? 진과 내가 패키지여행으로 갔었던 곳이다.


그때와 지금, 이곳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그건, 그때와 달리 지금은 서로가 있다는 거.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우리. 그런 우리가 이곳에서 한 편의 여행 에세이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거겠지. 그 에세이를 쓰는 건 나의 몫이고? ㅋㅋㅋㅋ


사진 속 하늘을 보면 알겠지만, 무지 더웠다... 정말, 내가 삼겹살이 되는 건가? 익어가는 건가? 싶을 정도로 뜨거웠던 날이었다. 그래서, 내 피부가 상할까 봐 내내 양산을 써야 했던 그런 날씨. 다행히, 습하진 않아서 땀이 그렇게까지 비 오듯 나진 않았다. 비 오듯 흘려봤자, 데워진 아스팔트 위에 물 한 방울이 금방 기화되는 것처럼 땀 또한 기화되었기에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우린 아사쿠사 곳곳을 거닐면서~

찹쌀떡~ 이름 모를 크로켓를 먹으면서~ 이 거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진도 그렇게까지 인상적으로 느끼진 않았지만, 진~~~ 눈치 챙겨~~!!! 여기, 신디가 오고 싶어 했다고~~~~ 자~~ 표정 관리하자~~~ 표정 관리~~~


"이야~~~~ 재밌는 것들이 많다~~~ 신디~~~"


나는 웃으며 신디에게 상가 건물에서 파는 물건들을 가리켰고. 신디는 그 물건들을 보고 그러면서~~~ 그렇게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감상이나 이런 건 없었다.. 

그냥, 평온했다. 평온했던, 그런 일상과도 같았다. 

그러나, 하루 빽빽한 아스팔트 바닥과 그 위에 빌딩 벽에 둘러싸인 채 숨 막히는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이곳에서의 시간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쉼표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관광객들이 많긴 해서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무더움에 이끌린 중력이 우리의 몸을 거세게 짓눌러 천근만근과도 같았던 순간이었으나, 


그곳에서는


평온함, 여유로움, 따스함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해 여름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린 드디어... 슬램덩크의 배경지, 가마쿠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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