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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Oct 15. 2024

아사쿠사바시에서 온 그대

푸른 하늘과 함께 시작하는 여행. 여행 전날까지 날씨 걱정했던 내 우려를 비웃기라도 한 듯 화창함을 넘어 뜨거웠다..

- 2024년 8월 1일 일기 중에서-


오전 7시 30분쯤.. 부스스한 머리에 반쯤 뜬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바로 커튼을 걷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스이도바시역과 열차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이 시간에 열차를 기다린다고?? 얼마나 근면성실한 거야??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ㄷㄷ).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화창함 가득한 세상을 마주하자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괜한 걱정을 했었구만..'


일본 여행 가기 한 달 전부터 날마다 수시로 날씨 확인을 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오늘 날씨는 흐리고 뇌우가 심할 거라는 말만 들었고. 그래서, 나는 안 해도 될 걱정을 많이 했었더랬다. 그런 내 모습에 신디는 웃으며 말했다.


"그만 걱정해, 노아~~ 날씨요정인 내가 있으니까, 분명 맑을 거야~~"


허허~~ 그래! 날씨요정이 있으니 무슨 걱정? 이런 말을 내가 하다니.. 아무래도, 신디에게 알게 모르게 세뇌당한 모양이다.. 큰일인데.. 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잔뜩 걱정했었지만, 다행히 오늘도 날씨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전혀 비가 올 거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푸른 하늘 한가운데에 떠있는 태양이 유난히 강렬해 보였으니~ 바깥에 있는 사람들 차림새가 멀리 보여서 작게 보였을지라도, 그 조그만 모습에서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아.. 오늘 날씨 장난 아니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오늘을 포함하여 여행 내내 날씨가 가히..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살인 더위였었다고 한다..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달까? 이렇게까지 뜨겁다고? 싶을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달까?) 그럼에도 오늘 여행 일정은 빡빡하니~~ 바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신디와 진을 깨우려 했으나 그들은 이미 준비를 마쳤었던 상황이었고. 나만 준비를 하면 되는 거였다(허허.. 미안~). 역시, 나만 잘하면 돼~ ㅋㅋ


오늘 여행 일정을 시작하기 전,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기로 한 우리는 1층 로비에서 만나 식당으로 갔다. 우리가 묵은 숙소 식당은 호텔 로비 바로 옆에 있어서 찾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바로


여기~~~


이 단출하고도 깔끔하고도 정돈된 뷰를 보라~ 


왼쪽 사진은 호텔 식당에서 바라본 뷰이고. 오른쪽 사진은 우리가 조식으로 먹은 음식인데.. 이 호텔 조식은 먹지 않는 걸 추천한다. 오른쪽 사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일부 먹은 상태에서 찍은 거라 별로 없이 보일 텐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양이 엄청 적.. 었다.. 그래서, 음식을 보자마자 신디와 내가 보인 반응은


애피타이저인거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양이었다. 양이 너~~~~~~~~~~~~~무 적었다. 맛도 "우와~~~"가 아니라, "아...." 소리가 나올 정도의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보통 호텔 조식이라 함은, 낫토도 있고. 그런 걸 생각했었는데, 그거를 생각하고 가면 큰 오산~ 뭐든지 한쪽을 얻으면 다른 한쪽을 잃는다고 했던가? 이 호텔의 입지, 위생, 서비스 등은 나무랄 데가 없이 좋았지만, 조식 하나가 실망스러웠다. 그 단 한 가지가 우리에게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거였으니..ㅠㅠ


그러나, 뭐 어때? 어차피 오늘 점심과 저녁때 맛있는 것들 많이 먹으면 돼~~~ 오라, 도쿄의 모든 음식들이여~~ 나와 신디, 진의 뱃속으로 오라~~~ 다 먹어주마!!!


어떻게든 먹은 우리는 오전 8시 반쯤 호텔을 나와서 스이도바시역에서 아사쿠사로 갈 준비를 하였다. 내가 구글 맵을 켜고 찾은 노선은 아래와 같다.

참조 : 구글 지도

스이도바시역에서 아사쿠사바시란 역까지 지하철로 가고. 아사쿠사바시역에서 동 42-1 버스를 타고 아사쿠사까지 가는 코스였는데. 아사쿠사바시역에서 버스 타는 게 걸리긴 했었다. 일본 지하철도 처음인데, 버스는 더더욱 처음이었고. 버스는 어나더레벨이라.. 그러나, 뭐 구글 지도 보고 하면 되겠지란 생각이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나였다. 


구글 맵과 신발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러나, 이는 큰 오산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 나였다..)


그래서 우린 스이도바시역에서 아사쿠사바시역까지 가는 노선을 타려는데, 이 과정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개찰구를 통과하여 계단을 올라, 승강장에 도착해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그때 신디가 나에게 물었다.


"노아, 그런데 이곳으로 오는 열차가 아사쿠사바시역까지 가는 열차 맞아?"


"응? 맞지~ 아닌가?"


신디의 질문에 의아함을 느낀 나는 다시 한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벽에 붙어있던 지도를 보고 뭐가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열차였던 것이다. 이에 나는 잔뜩 당황 및 부끄러움 한가득 내뿜은 채 신디와 진을 보며 말했다.


"아.. 미안~~ 미안해요 여러분~~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열차였네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탈 뻔하다니!! 서울에서도 안 하는 실수를 할 수가! 그러나 어쩌겠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으니, 한번 실수한 셈 치고~ 우리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 다른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때 계단을 내려갔었는데, 그때 신디가 나에게 말했다.


"노아~~~ 오른쪽 아니야~~ 왼쪽으로~~"


"아~~~?? 그렇구나~~"


계단 올라갈 때는,


"노아~ 오른쪽 아니고, 왼쪽~~!"


계단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방향이 한국과 달랐던 것이다. 이때 뭔가 속으로 이런 걸 느꼈던 거 같다.


여기는 한국과 모든 게 반대인가 봐..


아.. 그래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말해주는 최적의 말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데 이후 지하철에서 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어서 헷갈림이 유난히 더 잦았던 거 같았다. 일본 지하철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거 같은데, 이런 점들이 일본 지하철을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작은 소동을 겪으며 아사쿠사바시역에 도착!! 그리고, 그 역에서 내린 우린 아사쿠사까지 가는 동 42-1 버스를 타려 했는데, 일이 생겨버렸다.


"버스 정류장이 어딨는 거지??"


구글 지도를 보고 가는데, 이 구글 지도를 봐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엉뚱한 곳을 가리키는 거 같았고. 오히려 볼 수록 더 헷갈려서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기에 우린 멍하니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아래 구글 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사쿠사바시에서 파란색 점으로 표시된 길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쉬워 보이지 않은가? 나도 구글 지도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본은 낯선 이방인들에게는 미로와도 같았다. 정말, 말도 안 통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죄다 간판은 한자 투성이! 고등학교 한자 시간에 졸았던 나로선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와 신디, 진은 한참을 구글 지도 보고 열띤 토론을 했었더랬다.


"이쪽 같은데?"


"아니야~~ 이쪽 같아~~"


날씨는 뜨겁고, 땀은 비오듯이 흘리고 있고~ 도저히 답은 나오지 않고~~ 

출처 : 구글 지도

이에 보다 못한 내가 역에서 일하시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 2명에게 어설픈 영어로 우리가 보고 있던 구글 지도를 보여주면서 길을 물었다. 그런데, 나의 어설픈 영어에 그들이 이해를 못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물론 그들도 영어를 자.. 잘..) 이에 신디가 나서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내뿜으며 그들에게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바를 설명했고(이러니 내가 반했지~~~ ㅎㅎ). 이에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찾는 듯하더니, 우리에게 자신들이 찾은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일본어로 뭐라 뭐라 설명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그들이 우리에게 일본어로 설명을 한다 해도..


우리가 아는 일본어라곤


"오하요우, 아리가또.." 뿐이었으니. 감사..하긴 한데요.. 우린 일본어를 몰라요.. 미안해요..


이에 우린 얼타서 고개를 갸웃한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뭐라뭐라 말하는데, 흡사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영본어 듣기 평가를 하는 듯했달까? 이러한 우리의 반응에 그들이 던진 한마디..


We, go, together, to, bus stop~


그 순간, 그들을 가리고 있던, 역 건물 그림자가 강렬한 태양에 걷히고, 비로소 그들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우리를 향해 활짝 미소 짓고 있었던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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