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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Oct 11. 2024

우동 한 그릇

간판은 물론이고, 이 기계에 적혀있는 단어 하나하나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던 우리로서는, 이 기계 대체 뭐 하는 물건인지, 뭐라고 쓰여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배고픔에 굶주린 우리들 앞을 가로막는 문지기처럼 보였다. 이 문지기를 한참을 본, 신디는 나를 보며 말했다.


"노아~~ 뭐라고 쓰여있는 거야?"


노아 없다~~ 난 노아 아닌데? 애써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 애써 신디의 질문을 외면한 채, 나는 괜히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야~~ 비가 와서 그런가? 조금 춥네~~


"응? 노아? 노~~~~~~아~~~~~"


미안해.. 나도 모르겠어, 신디.. 나는 히.. 히라가나만 읽.. 읽을 수 있다구.. 내 계획에 한자와 가타카나는 없었어.. 그럼에도 애써 외면할 수는 없기에 다시금 이 기계를 다시 관찰을 한 나는 어렴풋하게 정체를 알아차린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봤을 때, 느낌상 이 기계를 통해 식권 뽑아 주문하는 식인 거 같은데.."


기계를 이용해 주문을 한다는 거까지는 이해 완료. 그러나, 이 기계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신디와 나, 둘이서 서로 보이지 않은 눈치 싸움을 하고 있었을 때, 진이 나서서 말했다.


"형! 그냥 돈 넣어보자~"


그리고 진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벤딩 머신에 넣어서 음식 사진들 중 무작정 한 그림을 선택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난관이 발생했으니..


어떻게 식권이 나오는 겨?


지저스..

아 신이시여...


너무 답답했다.. 언어가 안 통한다는 게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시련인 줄 지금 이 순간, 처음 느꼈던 거 같았다. 정말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어설프게나마 영어를 사용해서 소통을 조금은 할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일본어만 해야 하지 않을까? 영어는 안 통할 거라는 생각에 일본어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했던 거 같았다. 그런 막막함이 이런 답답함을 초래하였고.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우린 식당 주인을 물끄러미 보다가 외쳤다.


아노~~~ 스미마셍~~~!!!!


나의 절규에 주인처럼 보이는 분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린 바디랭귀지를 이용해 이 기계를 통해 우동을 주문하고 싶다는 걸 어필했다. 


'살려주세요, 아저씨.. 저희 몇 시간째 굶었어요..'


이러한 우리의 바디랭귀지를 주인분이 알아들으셨던 건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를 물었고. 우린, 무작정 한 그림을 선택해서 무조건 같은 걸로 3개 주라고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말했다. 이에 주인분이 기계를 뚝딱뚝딱하시더니 식권 3장을 뽑아서 우리에게 주었고. 바디랭귀지로 안내하셨다.


주인 분의 안내에 식당에 들어선 우리.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이고~~ 앞날이 훤하다 훤해~ 벌써부터 이러면~~'


그래도, 주인 분의 친절함 덕분에 주문할 수 있었으니 다행~ 이제야 비로소 먹는다는 생각에 우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우동~~


그런데, 국물이 없었다!!!



뭐야? 왜 면 만 준거야? 왜? 이 무슨 쌈장 없는 삼겹살을 먹으라는, 황당무계한 시추에이션~~ 한순간에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던 나. 아니, 우동에 국물이 없는 게 말이 돼? 지금까지 살아온 내 기준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서, 나는 주인 분께 물었다.


"코노 우동, 나이...(대충 우동에 국물이 없다 이런 말을 의도했었다..ㅎㅎ 어쩔 거야 내 일본어 실력..)"


이에 주인 분은 간장 같은 소스 통을 가리키더니 일본어로 뭐라 뭐라 설명하셨고(나중에 알고 보니 냉우동인 거 같았다). 나는 눈치껏, 알아서 그 통에 있는 걸 뿌려 먹으라는 거구나~로 이해하고 자리에 다시 앉아서 그것을 넣어 면 한 젓가락을 먹었다(나중에 안 사실인데, 쯔유인 듯 보였다). 그리고, 신세계를 마주하게 되었으니~


이 맛을 말로 표현하자면, 서늘한 기운이 면을 어루만져주면서 면발의 탱글탱글함을 유지시켜서 생생함을 자아냈고. 이러한 생생함이 우동 면발의 정체성을 상기시켜 주는 듯 느껴졌다. 이러한 정체성을 베이스로 그의 생생함에 소스를 살짝 튕기듯이 뿌려주어, 풍미를 살짝 자아내는 듯했다. 그 풍미가 가히 적절한 짠맛과 그렇게 짜지 않은 중도의 길을 걷도록 하여,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정량 이상의 수분을 과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정말, 시원하고도 탱글탱글한 우동 면발이 간장에 적셔진 채, 나의 입속을 포근히 감싸고. 그 안에서 면이 소스를 입안 가득 은은하게 내음 풍기며 춤을 추는 맛이었달까? 표현이 다소 이상할 수 있겠지만, 감히 묘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굉장히~~~ 특히, 같이 나온 튀김을 우동 면과 같이 먹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바삭바삭하기만 했던 튀김이 우동 면발의 탱글탱글함을 만나 우동이 풍기는 소스의 매력에 빠져들어 점점 우동에게로 녹아가면서 우동에 스며드는데. 그 어우러짐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 그 순간을 포착하여 먹었을 때, 그 쾌감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 같다.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맛있었다. 그냥 국물이 있는 우동을 먹었으면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못 받았을 것이다. 냉우동이라서 이렇게 느낀 것인지, 아니면 당시 배고픔이 극심했어서 배고픔 보정을 받아서 맛있었다고 느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때 느꼈던 면발의 탱글탱글함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만나보지는 못했었다. 이때의 탱탱한 면은 결코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생각이 나는 것인가 싶지만..


그런데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 싶었는데, 진도 신디도! 같은 반응이었다. 맛있어했다.


"노아~~ 우동 너무 맛있다~~~ 근데 양이 너무 적당~~~"


분명, 그 자판기에 양이나 이런 것도 적혀 있었을 것이고, 옵션 같은 것들도 있었을 거 같은데 일본어를 읽을 수가 없으니 이렇게 밖에 주문을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신디의 말처럼 양이 너무 적은 건 사실이었다. 당시 우리는 많이 배고팠는데, 그에 비해 우리 각자에게 주어졌던 우동 양은 너무 적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더 먹어야 했다.


그래서 우동을 먹은 우리는 식당을 나와 근처 식당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쩌다 한 식당을 마주했고. 그 식당에서 아래 음식들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요건 그저 그랬다.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 천국 느낌의 식당이었는데, 솔직히 기대도 안 했고. 배를 채우기 위해서 간 것이니~ 그런 목적으로 보자면, 나쁘지 않았기에~


이렇게 허기를 해결한 우리는 다시 닛포리역에서 출발하여 숙소까지 가고 있었다.


어느새 찾아온 밤. 그러나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숙소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었다,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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