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24년 6월 언젠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파에톤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이, 온 세상이 태양에 적셔져 가 불에 타오를 듯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그 여름날, 나는 푸른 바다라도 안고 달리듯이 냉기 어린 바람 줄기를 흩날리며 뛰고 있었다. 반달을 그리는 눈을 향해 치솟는 입가의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달려가고 있었다.
바로, 월디페를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2023년에 신디와 같이 갔었으나, 그해에는 달랐으니.
당시 신디는 나에게 말했다.
"노아.. 미안해... 이 누나는 이제 더 이상 체력이 안될 거 같아~"
그 말을 들은, 당시 내 반응은 가히 멘붕이었다. 이 무슨, 박진영이 "노래는 공기반, 소리반이 없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소리야!!!! 말이 돼??? 신디, 안돼~~ 연거푸 부인하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던 나에게 신디는 이어 말했다.
"대신, 이번 월디페는 자기 혼자 갔다 와~"
그 말에 나는
"어? 정말?"
그 순간, 바로 오픈 채팅방을 만들고 함께 갈 사람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같이 갈 사람 몇 명 정도 생길 수 있었다. 이에 바로 티켓도 샀고. 이제, 월디페가 열릴 날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화려한 비트가 날 감싸네~~~
시간이 멈추길 기도해~~
But I'm not gonna cry yeah
불 꺼진 무대 위 홀로 남아서
떠나간 신디의 목소릴 떠올리네~~
그렇게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디페가 열리는 날~~~ 잘 갔다 오라는 신디의 배웅과 함께, 나는 월디페가 열리는 서울대공원으로 향했다. 기다려라!!! 세상아!!! 이것은 바로 왕의 귀환!!! 라그나로크가 범람한 세상에 제우스의 강림!!! 이게 바로 나~~~~ 힙합? 끼? 내 등장과 함께 바로 압도!! 시공간도 나의 강림과 함께 뒤틀어져~~~~ 예이예~~~~~
한창 신이 가득 난 상태로, 8호선을 지나 2호선으로 갈아타 사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위?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예열이 되는 기분이었달까? 다만, 문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터졌으니!!
사당역에 도착했을까? 그때, 내 주머니를 뒤졌는데 아니 세상에!!! 티켓이 없는 것이 아닌가!!!
순간, 멍했다. 뭐지?? 잃어버렸나? 그러다가 끊겼던 기억의 필름은 다시 연결되어 나에게 훅~ 쏟아지고~ 그때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며 내가 놓쳤던 시퀀스가 흐르기 시작했다.
책상 위!!!
그리고, 바로 신디에게 전화를 건 나..
"신디.. 혹시, 내 책상 위에 월디페 티켓이.. 있니?"
신디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월디페 티켓을 찾아 나에게 말했다.
"응~ 다시 집에 와야겠네??"
"혹시, 이거 몰래카메라?"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분출되려는 욕지거리. 내 두 뺨을 타고 세상의 꼭대기로부터 분출되려는 잡지거리~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더랬다. 땀에 애써 발랐던 선크림은 다 지워지고. 온몸은 더위에 땀이 다 난 상태이고. 그래서, 그냥 집에 갈까... 잠시 고민했었지만, 그래도 가야지!! 월디페! 그래서, 다시 집으로 갔으니~ 그때 마침 역에 날 마중 나온 신디를 보며 나는 말했다.
"응~ 신디~ 갔다 왔어~~ 어우~~~ 너무 재밌드라~~ 춤 많이 추고 왔어~!"
신디는 그런 날 보며 웃으며 티켓을 건네주었다.
"으이구~~ 다음부터는 잘 챙겨~~~ 멍충이~~~"
웃으며 날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의 태도에서, 나는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영혼까지 끌어모아 신나게 놀라는 너의 진심. 그게 너의 진심이었구나.. 이제 알 거 같아. 신디, 나 신나게 놀게~~~
그러나, 가뜩이나 숨만 쉬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운 여름날에 지하철을 왔다 갔다 하니까 말 그대로 육신이 무너지는 듯해서 그냥 서있는 자리에서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월디페라는 단 하나의 단어가 동기부여가 되어 날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분위기였달까?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공원역에 도착한 나는 일행을 만나, 드디어 우리의 스테이지에 착륙할 수 있었고.
일행과 신나게 놀다가, 각자의 선율에 흩어지면서 혼자가 된 나는 무리 속에 어우러진 채 비트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한창 뛰놀았을까.. 갑자기, 공허하고도 나 혼자 소외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리 속에 끼지 못하는 듯한 느낌? 동시에 무언가 설명 못할 복잡한 심경이 밀려왔었다... 그 심경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내 머릿속에서 불꽃놀이처럼 터지기 시작해 내 머릿속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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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는 잘 노는 사람들을 동경해 왔다. 비트에 맞춰 절도 있고도 화려한 몸놀림으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부러웠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무리에 끼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 그들은 늘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닿고 싶으나 닿을 수 없는. 닿으려 할수록 멀어져만 가는 그런 존재.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포기한 채 외면해 왔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접어든 어느 날, 비로소 도달하게 된 그들의 세계. 디제잉에 맞춰 마치 세기말을 기리는 듯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즐기는 그들의 틈에 나도 고함을 지르며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이제 그들과 같아지지 않았어?'
그러나 어디선가 넌지서 내게 물었다.
그런데, 너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거야?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는 그의 내레이션에 삼켜진 채 흐려져갔고. 고요한 세상 속에 나 혼자만 짙어지고 있었다. 그때, 내 역동적이었던 움직임은 동력을 잃은 채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철저한 아웃사이더가 되어서 나를 둘러싼 세상 속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즐기는 게 맞나?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대단하게 여겼던 사람들. 그들도 결국 사람이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들끼리 즐기다가 그들의 무리에 그냥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환영해 주고. 그 순간을 즐기고 하는, 평범한 사람들.
생각해 보면 그 어느 사람들도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란 없었다. 위도 아래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오늘을 사랑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이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동안 그들의 무리에 끼어드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결국 나 혼자만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니 처음으로 지난 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 때 페스티벌의 절정과 함께 불꽃이 터지는데 그 모습과 함께 찰나의 침묵은 종말을 고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난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여한이 없다..'
그 어떠한 미련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고. 마음 가득 만족스러움만이 한가득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런 결심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전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들을 해보자.'
오랜 침묵 끝에 봉오리에서 활짝 꽃이 피는 순간이었다. 이때까지 달려왔던, 하나의 사가가 무너져 끝나가고.. 새로운 사가의 시작이 도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