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도 없는 헬스 PT라니..

by 노아

한 여름밤의 일렉트로 여름밤의 EDM이 한 사람에게 미친 영향이란 상당했으니~ 월디페에서 알게 된 음악을 들으면서 출퇴근길 내내 내 안에서 무언가가 출구 없는 용틀임을 일으키며 분출하는 느낌이었달까.. 여러 음악들이 내 귀를 때려박을 만큼 저돌적인 충격이었지만, 그중에서도 "Get in Trouble(So What)" 이 노래는 정말이지.. 오른손을 위로 들어 흔들며 춤을 추고 싶어 견딜 수 없는 노래였다..


내 발걸음에 닿는 아스팔트 바닥으로부터 진동이 울려 퍼지면서 비트가 퍼져나가는 듯했고. 아스팔트 바닥 길을 따라 나열되어 있는 상가 건물들 창문 하나하나마다 그날의 풍경이 한 장의 컷으로 진열된 듯했다.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 비트가 내 귀에 걸려있는 에어팟으로 전송되어 내 온몸 전체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니.. 정말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디와 함께 있어도. 회사에서 일을 해도 온통 내 신경은 그날에 머물러있는, 시차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한껏 팽창하다가 터져버린 엔돌핀. 그 터져버린 구멍 사이로 엔돌핀이 빠져나간 후, 남아있는 건 오롯이 나 홀로였다. 허무와 지루함. 시시함과 따분함. 재미가 없었다. 회사일은 시의적절하게 회사 사정과 맞물려 스트레스만 쌓여갔고. 신디는 신디대로~ 약간의 갈등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이 모든 상황이 귀찮고 싫증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퇴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일상에 변화를 줘보자! 내가 안 할만한 것들을 해보자!!

월디페에서 내 무의식에서 외쳤던 그 내레이션. 그 목소리를 따라, 다짐을 했으니. 그때, 내 눈앞에 보인건 헬스장이었다. 동네 헬스장.


헬스장에 입성하자마자, 바로 옆에 보인 안내데스크. 그곳에 날 본 직원분. 멋잇감을 포착한 맹수의 눈이렸다! 아, 그래~ 어서 오세요~~ 그 후 이어진, 그들과 나의 소개팅. 화려한 헬스 장비들에 시설들. 그리고 건강과 다이어트 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플러팅, 그리고 감언이설. 동시에 슬며시 내미는 금액. 그 금액이란,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이었다. 이것은 바로 아와 비아의 투쟁. 내 안에서는 이런 내 선택에 반기를 든, 저항 세력.

오랜 내 게으름을 담당하며, 한껏 해이해진 일상을 창조하며 지배해 온 주류를 향해, 몇십 년 만에 일어난 모반이었다.


그 반기에, 그 주류는 노하며 말했다.

“설마? 할 건 아니지? 10번만 PT 받는다고 해도, 수십만 원이야!!! 미쳤어? 정신 차려! 너 부자야?”

그러나, 내내 내 귓가를 속삭이던 반기 세력의 한마디.


“이건, 네가 진짜로 안 할만한 것들이야.. 이걸 함으로써, 너는 180도 바뀔 거야. 마치,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도달함으로써 위대한 도약을 한 것처럼 말이지~”


이에 나는 헬스 PT 3개월치를 끊었고. 동시에, 사우나까지 끊었다. 그리고, PT는 그다음 날에 시작했으나.. 막상 PT를 한다고 하니, 징그럽게 가기 싫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미쳤어? 악귀에 홀렸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듯, 운전면허시험을 앞두기라도 한 듯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만이 가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신디가 헬스를 갈 수 있도록 잔소리할 명분을 얻기 위해서 내가 직접 헬스장 등록했다는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했기에. 그리고 헬스장을 등록한 내 선택에 신디도 놀라 왜 그러냐며, 자신도 헬스를 등록했기에.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래! 이왕 하기로 한 거, 까짓 거!!!! 받아보자!!


그리고 처음 러닝머신 앞에 선 나는, 1초 만에 녹다운되어 쓰러지게 되었고. 쓰러진 내 곁으로 트레이너 선생님이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회원님~ 운동 시작하셔야죠~~”


이후, 트레이너 선생님의 하드 트레이닝은 조금씩 빌드업을 진행하였고. 그 비트에 맞춰서 아주 스무스하게 내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를 내뿜게 할 정도로 하드 했으니~


“회원님~ 좀만 더요~!!! 쫌만!!”


트레이너 선생님의 다급하고도 간절한 외침. 그 외침에 순응하지 않고 절규하는 내 간절한 외침.

“어우, 저 토.. 토 나올 거 같아요..”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하체 운동하다가 토가 나올 뻔했다. 그날, 분명 포케 먹었고. 소화도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무게를 다리로 들어 올리는 걸 몇 번 하다 보니 토가 나올 정도로 속이 울렁거렸던 것이다. 스트레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너 선생님의 자세 코칭대로 자세를 취하는데, 온몸이 떨림을 느끼고. 그런 내 모습에 트레이너 선생님은 소리 죽여 웃으시고. 그 미소 뒤에 휴식이란 전혀 없었다..


“어때요? 안 힘들죠, 이건?”


“안 힘든 게 없는 거 같은데요?”


그렇게 50분간 쉬지 않고 날 몰아붙인 그대여.. PT 하루 끝나고, 나는 KO 되어 쓰러진 채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는데, 그런 내게 트레이너 선생님이 웃으며.


“내일은 상체 위주로 해볼게요~~ 재밌겠죠?”


이 악마.. 순간, 선생님이 악마로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어쩌지..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나와 그런 나를 나날이 녹다운시키며 승리를 갱신하셨던 트레이너 선생님. 이런 상황에서 내 일기장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2024년 6월 20일 목요일
힘들다, 매일매일이. 회사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운동이!! 매일 운동하는데 너~무 힘들다. 내일은 피티인데, 또 토 나오는 거 아닌지..


2024년 6월 21일 금요일
다음 주에 신입사원이 오든 말든 운동하느라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오늘 내내 어기적 어기적 거렸는데, 정말로 온몸 근육 하나하나가 통증을 일으켜 삐걱거리고 있었고. 근육통에 죽어나가는 거 같은데. 이제 3일. 앞으로 남은 2개월 정도를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


그렇게 6월이 흘러가고. 7월이 흘러가는 시간.


그러나, 신기한 변화가 있었으니.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운동으로 전신에서 뜨거움이 올라오며, 마치 죽이 된 것처럼 몸이 축 늘어지는 상태에서 사우나 가는 패턴이 너무 좋았다. 동시에, 탈의실에서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보았을 때도 예전에 비해 달라지는 내 신체 변화 과정을 목격하는 재미가 느껴지고 있었다.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이런 내 신체의 변화에 조금만 더 하면, 지금보다 더 몸이 좋아질 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는데(이건, 솔직히 PT 연장을 의도하시며 말씀하신 듯 하니, 그걸 감안하는 걸로..), 아무튼 이런 변화가 하나하나씩 생기면서 처음 내가 헬스장에 느꼈던 거부감이나 이런 감정들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근력 운동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부터인가 나에게 근육이 생기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내가 근육이 있었던가...?


예전에 내 주변에 헬스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에게 항상 하던 행동이 있었다.

“노아~ 내 팔 만져봐~~~ 빨리~~~ 어때?”


그때마다, 나는 질색하며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말하곤 했었다.


“야, 징그러워!! 그만해!!”


그런데, 이제는 내가 신디에게 하고 있었다.


“신디!!! 내 팔 만져봐!! 봐봐!!! 근육 있다니깐!! 이두박근이 생겼어!!!”


이런 내 반응에 신디는 피식 웃은 채, 마냥 천진난만한 나를 대응해 주곤 했으나. 이렇게 나는 변하고 있었다.


비록, 비용 문제 때문에 PT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나, 2025년 6월을 넘긴 지금, 아직도 나는 그 헬스장에서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럴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야근을 많이 하던, 2025년 4~5월쯤, 신디에게 내가 이런 말을 했었는데, 이런 말을 했다면 말 다한 거지..


신디.. 나, 너무너무 헬스 하고 싶어.. 야근 때문에 헬스를 못해...(밤새 철야를 며칠 간 해야 했다)

이런 일상을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서른 즈음에서야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계속 이어나가는 걸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러던 중, 어김없이 또 다른 일상이 나를 찾아오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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