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와 내가 사귄 지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때부터 신디의 재촉이 시작되었으니. 데이트를 하다가도 우리의 대화는 늘 프로포즈로 귀결되었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다가도, 그 특유의 천진난만한 얼굴로 날 응시하며,
“노아~ 그래서 프로포즈는 언제 할 거야?”
“신디, 나 지금 고기 굽고 있어..”
거리를 걷다가도 나를 향해 얼굴을 빼꼼 내밀며,
“노아~~ 그래서 우리 결혼 언제 해?”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이상은 가수님이 부르신 “언젠가는” 가사 일부분 인용 – 그냥 답하기 싫어서 노래 가사를 읊는 식으로 대답하곤 했었다 : 노아 주)
쉬지 않고, 날아오는 게릴라 식 그녀의 대시.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맥락 없는 그녀의 말에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왜? 갑자기? 지금 이대로 함께 하는 것으로도 좋지 않아? 아.. 아닌가? 연애 초부터 자신은 결혼에 관심이 없음을 넘어서 결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 신디가 맞..나? 싶어서 나는 이런 변화에 맥을 못 추리고 있었다. 오히려 연애 초에는 내가 결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던 거 같은데 어째, 반대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달까.
그러나, 이러한 신디의 푸시에도 불구하고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응~ 아직은 아니야~”
진짜로 저 대사 그대로였다. 나에게, 신디에게 결혼은 아직 시기가 아닌 거 같았다. 물론, 결혼을 전제로 한 꽤나 진지한? 연애 중인 커플이기는 하다. 그러나,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 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이지 않을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언제든 깨지고 틀어질 수도 있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해서, 쉽사리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 하나만 바라보고 돌진했다가, 깨졌던 경험도 있었고. 주변과 미디어에서의 사례들을 직간접적으로 들어온 나로서는 결혼이란 것에 대해 조금 두려움을 가졌던 거 같았다.
20대의 내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은 이거였다.
“결혼을 하게 될 사람은 직감적으로 안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이렇다.
"사랑 보다도 훨씬 더 큰 가치와 서로의 세계관이 현실적인 부분을 만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고도의 예술과도 같다."
신디와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만의 힘으로 이겨나갈 수 있을까? 여기에 내가 생각했을 때 늘 물음표였다. 일단 이런 부분들은 다 제쳐두고, 결혼을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결혼 준비할 돈은? 예식장 예약은 어떻게 할 거고, 결혼반지는 어떻게? 집은? 신혼여행은? 모아둔 돈은 있고? 여기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부분도 그녀와의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들 중 하나였다.
“지금 내 사회적 위치와 연봉으로는 그녀와 결혼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그러나, 고민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애써 생각 안 하기로 마음먹고. 그저, 결혼을 전제로 연애한다고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며 결혼은 내년의, 내후년의 내가 해야 할 일로 치부해 왔었다. 물론 그동안 신디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겠지만~
이런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꿈을 꾸었었다.
붉게 저물어가는 푸른 하늘. 말없이, 그 하늘과 함께 퍼져가는, 빨간 노을의 그을음. 그 붉은 그을음에 옅어져 가는 푸른 대지를 바라보며 서있는 고층 건물들. 그 건물들 사이에 나 있는 도로 위에는 단 하나의 차도 지나지 않고. 그 모습에서 시간이 마치 멈춘 거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 도로를 따라 나 있는 인도. 나는 그 인도 위를 거닐고 있었다. 잔잔한 바람에 따스하면서도 쓸쓸한 공기.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먹먹함에 순간순간을 더듬듯이 걷고 있었다. 그 누구도 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 그 누구도 없었다. 오로지 나뿐이었다. 나는 이 거리를 홀로 걷고 있었다.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걷고 있었다.
“신디... 신디!!”
나의 외침은 밀도 높은 저녁노을에 삼켜진 채 매시간 울렁이는 내 눈물을 애써 눌러가고.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너도 나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혼자 신디를 애타게 찾는 꿈을 꾸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본 감성이었고, 상황이었다. 결코 신디와 함께 하면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 그리움. 정말 우연한 타이밍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꿈이었다. 특히, 꿈속에서 느끼는 감성이 꾸는 순간에도, 깨어난 순간에도 내내 사라지지 않았으니. 그 잊히지 않은 잔상에 나는 의아함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던 것처럼, 한창 고민할 시기에 이러한 꿈을 너무나 많이 꾸었었다.. 이렇게 여러 번 같은 꿈을 꾸다 보니, 그때가 되어서야 뭔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았다.
“나는 과연 신디 없이 살 수 있을까?”
신디를 만나기 전, 내 세상은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이미 떠난 시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시간이 멈춘 공간 속에서 오래 그리고 있었다. 추억하면서, 그때의 난 너와의 마지막 씬에 머물며 계속 그곳의 너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왔었다. 너의 오늘을 보는 게 아니라, 너의 어제를 보면서 나의 오늘이 빗줄기와 함께 지하로 떨어지는지도 모른 채, 이미 식어버린 온기에 매몰된 거 같았다. 블로그로 1000 편이 넘게 써 내려갔던 글과 수백만, 수천만 마디의 내적 고백. 그 끝무렵에 이르러서야 신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디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디의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비로소 내가 지나온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의 말과 행동들도 전부.
그 당시 내가 가졌던 의문.
"서로 좋아한다는데.."
"너는 지금 내 모습을 봐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거 같아.."
언젠가, 연애 초반에 나는 신디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신디, 나중에 말이야~ 우리의 연애나 결혼을 부모님이 반대한다면 어떨 거 같아? 서로 사랑하는데, 헤어질 수밖에 없다면.."
나의 질문에 신디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슬프겠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타이밍이 아니었구나.. 하고 인연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고, 아니라고 해도, 행복한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할 거 같아~"
그리고 미소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런데 노아, 우리가 헤어지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럴 거라고 나는 믿어~!"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가 올라왔던 거 같았다. 비로소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이 온 거 같은 기분? 비로소 "그리움의 시대"라 불렀던 페이즈가 지나가고, 새로운 페이즈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인 듯했다.
그 이후부터, 신디와 나는 옛날 초등학교 짝꿍처럼 많은 곳을 거닐고 함께 했었다. 나는 우리가 함께 했던 사진들을 보았다. 만 장이 넘었는데, 그 사진 하나하나 보면서 내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모든 사진마다, 진심으로 웃고 있어..
심장이 긴장된다거나, 떨린다거나 하는 마음은 솔직히 가아~~~~~끔? 있는데, 매일 있지는 않다. 그런데, 그녀와 함께 하는 순간마다 단 한 번도 웃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녀 앞에서는 그 옛날 장난기 많고, F가 전혀 없는 내 오리지널 아이덴티티를 보이고 있었다. 내 진짜 정체성.
그리움 속에 가려졌던, 내 진짜 모습.
그리고 우리의 사진들을 다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신디 없이 나는 살 수 없구나.. 신디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겠구나..
결혼을 해야겠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고. 그 이후부터 프로포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IT 전문 서적 번역일 하면서 벌었던 돈으로 프로포즈 반지도 샀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프로포즈는 어떻게 하는 거지???
신디는 웃으며 말했다.
"노아~~~ 나는 프로포즈에 대해 로망 없어~~~ 괜찮아~~~"
내...
가...
안...
괜...
찮...
다!!!!!
고!!!!
부!!!
담!!!
된!!!
다!!!
구!!!
그래서 많이 고민하다가 우리의 아지트로 향했으니~~~ 우리의 아지트(신디와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께 DM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신디 남친 노아입니다!!
거의 매주 카페에서만 뵙다가 dm으로는 처음 인사드리는데요! 궁금한 게 있어서 여쭈어봐요!
혹... 시 카페 대관 되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사실은.. 카페에서 프로포즈를 할까 생각해 봤었어서요~~
이 DM을 시작으로 나의 30일간의 프로포즈 대작전, 그 서막이 올랐던 것이다~